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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 혁신’ 앞당길 때다[동아광장/이성주]

입력 | 2022-11-22 03:00:00

4차 산업혁명 시대, 세계 대학들 다양한 혁신 박차
산학협력·교과 유연성·인프라 확대 사활 걸어
우리도 기회, 가장 혁신적 도전 적극 지원해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지난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올해도 수험생들은 극한의 긴장과 설렘을 겪으며 수능을 치르고 몇 번의 관문을 더 거친 뒤 대학에 입학할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이들에게 과연 대학은 어떠한 가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의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직업 선택에서도 가치관과 개성이 뚜렷한 MZ세대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직자를 교육하는 것도 대학에 주어진 새로운 임무다. 특히 기술이 국가의 경제, 사회, 안보의 전 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기술 패권 시대, 대학에서의 인력 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 방식에서도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이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가 확대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의 온라인 공개 수업 플랫폼인 유다시티(Udacity)에서는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이 강의에 참여해 강의를 성공적으로 이수했음을 인증하는 ‘나노 디그리(nano degree·단기교육과정 인증)’를 발급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전 세계 대학은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혁신을 위한 대학의 노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되는 듯하다. 첫째는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대는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인 레드햇과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레드햇은 5년간 총 2000만 달러(약 270억 원)를 지원하여 관련 분야 교육과 연구를 진행한다. 성공적인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공동의 목표가 중요한데,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공동연구센터의 설립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한편 스탠퍼드대는 개방형 순환 대학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학사과정(4년)과 석사과정(2년)을 통합한 6년 학제 동안 학생들은 자유롭게 캠퍼스와 직장을 오갈 수 있다. 자연스레 현장의 지식과 캠퍼스의 지식이 공유되며 산학협력이 이루어진다.

둘째는 교육과정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학생들의 수준과 니즈가 다양한 현 시점에서 단일 전공과 획일화된 교육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학이 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공 내에서 혹은 타 전공과 융합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데 필요한 소정의 과목을 이수하면 트랙 이수 증명서가 발급되는 것이다. 2019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에서는 전통 기계공학, 기계공학+조선공학, 기계공학+기타분야로 이루어진 세 개의 학위과정을 제공했으며, 이 중 기계공학+기타분야는 에너지, 산업디자인, 제조 등 13개의 집중트랙으로 구성된다. 지금은 학생들 스스로 트랙을 설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IT를 적극 활용한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측정하고 학습 상황을 관찰하여 최적의 학습 방법을 제시한 결과,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크게 감소했다. 성공적인 온라인 교육 모델로 잘 알려진 미네르바스쿨의 교육은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의 참여도를 측정해 교수에게 알려줘, 참여도가 낮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위주로 진행되던 교육 과정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대학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비학위 온라인 과정은 과목당 4∼8주간 진행되며 1750달러(약 236만 원)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향후 큰 성장과 함께 대학의 수익 창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학위 온라인 과정 외에도 노스웨스턴대 등 여러 대학이 온라인 석사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세계대학평가가 발표되었다. 전 세계 상위 1500위 대학 중 우리 대학은 37개만이 순위에 올랐으며 전년 대비 순위가 상승한 대학도 4개에 불과하다. 대학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대학들이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정권은 대학 개혁을 핵심 정책 어젠다 중 하나로 설정해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대학이 가장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역할에 대해 정부와 대학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