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5년 대비 日 56%-中 40% 줄어 일본산 불매운동-사드갈등 등 영향 ‘동북아 공급망 재편서 韓 소외’ 지적
일본과 중국의 최근 5개년(2017∼2021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액(도착 기준)이 직전 5개년(2012∼2016년)과 비교해 각각 56.4%, 40.0% 줄어들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 3국 간 효율적인 밸류 체인이 흔들리면서 한국 산업경쟁력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국가 중 1위인 35.9%였다. 그해 일본 기업 466곳이 38억5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한국에 투자했다. 10년이 지난 올해(1∼9월 기준) 일본의 대한국 투자는 95곳, 6억700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비중은 2012년 1.8%에서 2015년 10.6%로 뛰었지만 올해 1.3%로 다시 주저앉았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5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747억 달러로 직전 5년의 605억 달러보다 142억 달러(23.5%) 증가했지만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캐나다, 호주, 스페인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순유입 기준으로 봤을 때 2017∼2021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653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캐나다는 1934억 달러, 호주는 1957억 달러로 한국의 약 3배에 달한다. 스페인도 1323억 달러로 투자 유치액이 한국의 2배가량이었다.
日-中의 투자 축소로 상호의존 공급망 흔들… 韓 제조업 타격
日-中의 對韓투자 반토막
수출규제-사드 등 외교적 충돌 여파
“자원-경제안보에 문제 생길 수도… 협력-분업 시너지 위한 노력 필요”
일본은 한국 투자를 줄이는 대신 북미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일본의 전체 대외 투자 가운데 43.5%는 북미 지역이었다. 2019년 27.7%보다 15.8%포인트 늘어났다. 도쿄해상홀딩스(31억 달러), 아스텔라스제약(27억 달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케미컬도 미 루이지애나주에 1000억 엔 이상 투자해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아크릴 수지원료(MMA) 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교충돌로 인한 반일·반중 정서가 큰 상황에서 노동 시장의 비유연성 등 자국보다 못한 경영 환경에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굳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동북아 3국 간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한국 제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 원재료 대부분을 의존하고 일본에서는 다양한 소재 부품을 사온다”라며 “중일의 투자가 줄며 상호 의존적인 공급망이 무너지면 자원안보, 경제안보 모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일부 산업군에 대한 외국인 투자 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며 한국을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제조업 연계 투자가 많다 보니 투자가 줄어드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외국인 투자는 오랜 기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