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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골” 환호 지웠다, 3D로 보여준 ‘최첨단 VAR’

입력 | 2022-11-22 03:00:00

월드컵 첫 도입 ‘오프사이드 판독기’
개막전 2분30초 만에 득점 터지자 12대 카메라-센서 내장 공 분석
선수 움직임도 초당 50회씩 추적… 130초도 안돼 “노 골” 판정 내려




아직은 자동 소총 M16이 아니라 반자동 소총 M1 수준이다. 그러나 ‘영점’은 아주 잘 잡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이 대회 시작 2분 30초 만에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21일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가 맞붙은 대회 개막전. 에콰도르는 경기 시작 1분 28초 만에 프리킥을 얻었다. 페르비스 에스투피냔(24·브라이턴)이 왼발로 찬 프리킥은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카타르 골키퍼 사아드 알 십(32·알사드)이 주먹으로 걷어낸 이 공은 혼전 끝에 결국 에콰도르 주장 에레느 발렌시아(33·페네르바흐체)의 헤더 골이 됐다.

그러나 공이 카타르 골망을 흔든 지 2분 10초가 지나기 전에 이 골은 무효가 됐다. 경기 주심을 맡은 다니엘레 오르사토 심판(47)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에 따른 판정이라는 뜻으로 양손으로 직사각형을 그린 뒤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어 경기장 전광판은 프리킥 순간 에콰도르 공격수 마이클 에스트라다(26·크루스아술)의 왼발이 카타르 최후방 수비수였던 압둘카림 하산(29·알사드)보다 골대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3차원(3D) 그래픽을 재생했다. 각국 TV 중계 화면에도 같은 영상이 나왔다.

FIFA 규칙은 팔과 손을 제외한 다른 신체 부위가 상대팀 최후방 수비수보다 골대에 더 가까이 있을 때 공격팀 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고 규정한다. 이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면 공격팀은 오프사이드 반칙을 저지른 게 된다. SAOT가 오르사토 심판과 두 선심이 잡아내지 못한 오프사이드 반칙을 잡아낸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가 3년간 개발한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한 카메라 12개를 활용해 그라운드 위에 있는 양 팀 선수 22명 각각의 29개 신체부위가 매 순간 어떤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지 측정한다. 대회 공인구 ‘알 리흘라’ 안에도 공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관성측정장치(IMU)를 탑재했다.

오프사이드 의심 상황이 나오면 SAOT는 VAR 판독관에게 자동으로 오프사이드 경고를 보낸다. 그러면 판독관은 공을 찬 지점과 선수별 위치를 기반으로 그은 ‘가상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수동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오프사이드 반칙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면 판독관은 헤드셋을 통해 규칙 위반 사실을 주심에게 전달한다.

피에르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으로 평균 약 70초가 걸렸던 오프사이드 확인 시간을 SAOT를 통해 15∼25초로 단축시킬 수 있다”면서 “누군가는 ‘로봇 오프사이드’라고도 부르지만 주심과 부심은 여전히 최종 판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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