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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냐 직관이냐… ‘양자택일 월드컵’

입력 | 2022-11-22 03:00:00

경기장 옆 맥주 판매 부스도 불허
음주는 도하 인근 ‘팬 존’만 가능해… 개막전 앞두고 팬 수만명 몰려들어
특별허가 받은 호텔 바 등도 꽉 차



월드컵 개막식을 하루 앞둔 19일 카타르 도하 인근 알빗다 공원에 마련한 ‘팬 존’ 내 버드와이저 판매 부스에서 축구 팬들이 맥주를 주문하고 있다. 도하=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케레모스 세르베사(Queremos Cerveza)!”

21일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을 찾은 에콰도르 팬들은 자국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스페인어로 ‘우리는 맥주를 원한다’고 외쳤다. 에콰도르는 결국 카타르를 2-0으로 꺾었지만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2차전 이후 8년 만에 거둔 월드컵 본선 승리도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진 못했다.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경기장 바깥 부스에서 맥주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팬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카타르는 원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나라지만 월드컵 기간 경기장 바깥에 마련한 부스에서는 맥주를 팔기로 했다. 그러나 카타르 왕실이 ‘해당 부스에서도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맥주만 팔아야 한다’고 방침을 바꾸면서 경기장 주변에서는 아예 맥주를 마실 수 없게 됐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 축구 팬들이 맥주를 마시려면 도하 인근 ‘알빗다 공원’에 마련한 공식 ‘팬 존(Fan Zone)’에 가야 한다.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팬 존까지는 48km 거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가 끝나면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가서 술을 마셔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팬 존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4만 명으로 대회 기간 카타르를 찾을 축구 팬 120만 명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팬 존이 현지 시간 19일 오후 8시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카타르 경찰은 팬 수천 명을 돌려보내야 했다. 개막전 당일에도 팬 존에는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축구 팬 수만 명이 몰렸다.

팬 존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카타르 정부로부터 특별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몇몇 호텔 바, 식당에 가는 것이다. 이곳 역시 대부분 만석이다. AP에 따르면 도하 매리엇호텔의 라운지 바 매니저는 “손님을 계속 돌려보내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도하에 있는 DT나이트클럽 역시 축구 팬들에게 “최대한 빨리 와야 한다. 아니면 입장을 못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수요도 넘치지만 ‘공급되지 못하는 공급’도 넘친다는 점이다. 월드컵 경기장 부스에서 맥주를 팔지 못하게 되자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스폰서 ‘버드와이저’는 카타르 물류 창고에 쌓인 맥주 사진과 함께 ‘승리한 국가가 버드와이저를 얻는다. 누가 차지할까?’라고 써서 트위터에 올렸다. 영국 양조장에서 가져온 맥주가 갑작스러운 판매 금지령에 갈 곳을 잃으면서 우승국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버드와이저는 결승전이 임박하면 상세 이벤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