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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소통, 우리에겐 최고의 영감”

입력 | 2022-11-22 03:00:00

여섯번째 내한공연 마친 英 시티팝 밴드 ‘프렙’ 인터뷰
자유롭지만 완벽한 음악 추구…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쳐”
7년간 정규앨범 1장-EP 4장… “他人 포용하는 방법 배우는중”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영국 4인조 시티팝 밴드 프렙. 왼쪽부터 멤버 르웰른 압 미딘, 기욤 잠벨, 톰 해블록, 댄 래드클리프. 2018년 발매된 ‘Snake Oil’의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촬영해 눈길을 끌었다. 르웰른은 “한국 감독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해 왔다”며 “그들이 보낸 콘셉트 사진이 맘에 들어 흔쾌히 좋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금이 며칠, 몇 시인지 몰라요. 새벽 세 시에 인터뷰에 늦은 줄 알고 벌떡 일어났어요.”(영국 시티팝 밴드 ‘프렙’ 드러머 기욤 잠벨)

2018년 싱어송라이터 딘이 피처링한 ‘Cold Fire’, 새소년의 황소윤과 몬스타엑스의 셔누가 참여한 ‘Don‘t Look Back’을 차례로 발매하며 두꺼운 한국 팬덤을 자랑하는 영국 시티팝 밴드 ‘프렙(PREP)’이 1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여섯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공연을 몇 시간 앞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1층 카페에서 프렙의 멤버 드러머 기욤 잠벨, 보컬 톰 해블록, 기타 댄 래드클리프, 키보드 르웰른 압 미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프렙 멤버들. 프렙 제공 

9월 네 번째 EP ‘Back To You’를 발매하고 이달 6일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이들은 12일 태국, 16일 필리핀 공연을 마치고 18일 공연을 위해 전날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멤버들은 “2주간 4개 나라를 도는 바쁜 일정으로 시간 감각은 잊은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프렙은 첫 번째 EP ‘Futures’(2016년)의 타이틀곡 ‘Cheapest Flight’가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곡은 가장 싼 비행기표를 구해 떠나겠다는 내용의 신선한 가사와 그루브를 타기 좋은 리듬감, 톰의 몽환적인 보컬 3박자가 어우러져 시티팝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2017년 서울 마포구 한 클럽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이번이 여섯 번째 내한이다. 이번 공연에는 관객 2000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우리 음악을 설명할 때 계속 반복되는 단어는 ‘Smooth’(부드러운)예요. 프렙의 노래에는 어딘가 안심시켜 주는 구석이 있어요. 내부는 우울하고 슬프지만 그 세상을 감싸는 테두리에는 희망과 안도감을 주는 빛이 있죠.”(댄)

물 흐르듯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기 위해선 음악을 만드는 과정 역시 자유로워야 한다. 프렙은 서두르지 않되 완벽을 기한다. 7년 동안 네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전체 앨범에 담긴 곡은 30곡 남짓. 숫자로는 소박하지만 한 곡 한 곡 뜯어보면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르웰른은 “‘Pictures of you’라는 곡을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아티스트 곡을 쓸 때는 마감 기한에 쫓겨 하루 만에 정신없이 가사를 써서 보냈죠. 프렙의 작업이 행복한 건 완전히 만족하는, 프렙다운 음악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고치고 또 고칠 수 있다는 것이에요.”(톰)

‘Steely Dan-type Project’(스틸리 댄 느낌의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프렙은 그 어떤 뮤지션의 아류도 아닌, 프렙만의 길을 걷고 있다. ‘우울하면서도 희망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이들의 설명처럼 프렙의 음악은 삶의 희비 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지금처럼 세계를 돌며 투어를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재밌는 건 이제 관객들과의 소통이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이라는 거예요. 상상치 못했던 곡에서 사람들이 호응을 하면 그게 프렙을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도 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을 포용(embrace)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톰)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