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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교육은 밥상 차려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

입력 | 2022-11-22 03:00:00

‘밥상머리 인문학’ 펴낸 오인태 시인
손수 차린 밥상 52개 골라 단상 정리



오인태 시인이 직접 차린 바지락감자쑥국 밥상. 그는 “이른 봄 서둘러 나온 쑥이 반가웠지만 국에 넣을 거리가 마땅찮아 이리저리 살피다 씨감자가 눈에 들어왔다”며 “씨감자를 쪼개 넣은 것만큼 맛있는 쑥국이 없다”고 했다. 궁편책 제공


경남 하동군에 사는 오인태 시인(60·사진)은 저녁이면 손수 밥상을 차린다.

씨감자를 쪼개 넣고 바지락을 듬뿍 넣은 뒤 쑥을 올리면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울 수 있는 바지락감자쑥국 완성. 따끈한 밥과 함께 두릅을 데쳐 초장에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어쩐지 오 시인은 행복하다가도 밥상 앞에서 울컥 목이 멘다. 씨감자가 귀했던 어릴 적 보릿고개도 떠오르고, 혼자 밥 먹는 것도 서글퍼서다. 그럴 때마다 오 시인은 차린 밥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글도 썼다. 오늘 난 이렇게 밥상을 차려 먹었다고.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 밥 먹는 것처럼 함께 살아가자고.

지난달 에세이 ‘밥상머리 인문학’(궁편책)을 펴낸 오 시인은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멀리 사는 친구들과 함께 밥 먹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2012년부터 소셜미디어에 저녁 밥상을 찍어 올렸다”고 했다. 1991년 등단한 오 시인은 36년 동안 객지를 떠돌며 초등학교 교사와 장학사 등으로 일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직업이 교사다 보니 경남 거창군과 남해군, 하동군 등에서 가족과 떨어져 떠돌이 생활을 많이 했어요. 덕분에 여러 고장 제철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있었죠. 한국인은 인사말로 ‘밥이나 먹자’고 하잖아요? 음식을 차린 뒤 친구들에게 같이 밥 먹자란 인사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책에는 오 시인이 2012년부터 차린 수천 개의 밥상 가운데 52개를 골라 이에 대한 단상을 정리했다. 결을 살려 찢은 송이를 넉넉히 넣어 송잇국을 끓이곤, 호박잎으로 겹겹이 싸서 송이를 구워주던 아버지의 사랑을 회고한다. 멸치를 우려 낸 뒤 다진 마늘, 쪽파, 통깨,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올린 잔치국수를 차려낸 뒤 잔치국수 먹으니 잔칫날이라고 너스레 떤다. 개다리소반 위에 소담하게 올린 밥상을 보다 보면 오 시인의 진솔한 마음이 전해진다.

“혼자 밥상을 차리다 보면 들에서 일하다 돌아와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리던 어머니가 생각나요. 어머니를 보면서 사랑을, 인생을 배웠죠. 함께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 나누던 옛날처럼 밥상을 매개로 공동체 의식도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오 시인은 현재 전교생이 35명인 하동군 묵계초 교장으로 아이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으니 그는 다시 밥상 얘기를 꺼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교육은 밥상을 차려주고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것보다 먼저 아침밥부터 챙겨주세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