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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교육재정 칸막이 없애 대학 지원” 野 “초중등 돈 빼앗아 주나”

입력 | 2022-11-22 03:00:00

교육위 ‘교부금 3조 대학 지원’ 공방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위쪽 사진)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아래쪽)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모습. 국회 교육위는 이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상정하고 초중고에 쓰이던 교육재정 3조 원을 대학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뉴시스


“재정 효율성과 생산성 극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국민의힘 이태규 의원)

“지방 대학을 살리자고 전반기 국회부터 외쳤을 땐 국민의힘 위원들이 관심이나 보였나. 그래 놓고 대안으로 내놓는 게 초·중등 돈을 잘라 대학을 지원하자는 것이냐.”(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

사립대 재정 위기 지원을 위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고특법)이 예산 국회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초·중등 교육에 쓰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3조 원을 포함해 총 11조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재정난을 겪는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동생 돈 빼앗아 형님만 먹여 살리는 것”이라며 별도 예산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 “재정 칸막이 없애야” vs “법인세 활용해야”
국회 교육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특법 제정안을 상정해 심사에 들어갔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특법은 내국세와 교육세로 구성된 교육교부금 중 약 3조 원을 매년 대학 교육에 활용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초·중등(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과 고등 교육(대학)으로 나뉜 교육 재정의 ‘칸막이’를 없애 대학 지원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국내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2019년 기준 1만1287만 달러(약 1530만 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4.3%에 그쳤다. 초·중등 교육보다 대학에 지원되는 공교육비가 더 적은 나라는 한국과 그리스 등 두 곳뿐이다.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재정 효율성과 생산성 극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점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주길 부탁한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은 그 대신 법인세의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대학을 지원하는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초·중등과 고등교육 예산이 갈등 구조로 보이는 건 참으로 안타깝다”며 “고등교육 살려야 한다. 그런데 장관 역시도 이 예산을 초중등 예산에서 빼가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부총리는 “교육부에 들어와서 보니 초·중등의 내년 예산은 한 3조 원 정도 잉여가 있다”면서도 “최대한 (예산 편성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 유초중고 교육계 반발 “반교육적 행위”
당장 예산 3조 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초·중등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특별회계 반대 기자회견에서 “군인 수가 줄어든다고 국방비를 줄이는 나라는 없다”며 “유초중고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대학에 예산을 이관하는 것은 반(反)교육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유초중고 예산을 가져가는 임시방편보다는 고등교육 교부금을 신설하는 등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재원 마련 방법을 포함해) 어디까지 절충할 수 있을지 야당과 의사를 타진해보고 중재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교육위에서 합의를 통해 법안이 통과된다면 예산부수법안 지정 필요성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도 같지만 이번 예산국회에서 여당이 보여줬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부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고등교육 예산의 충당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