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도어스테핑 중단] 대통령실 “MBC기자 질문 아닌 정치”… 해당기자 출입정지-교체 등 요구 기자협회 “언론 길들이기” 비판 성명… 도어스테핑 담당 김영태 비서관 사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MBC와의 충돌 여파 속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시행 6개월 만에 전격 중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경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도착해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13일 만인 이달 초 도어스테핑을 재개했던 모습. 사진 속 취재진이 서 있던 자리에 가림벽이 새로 설치됐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표현했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이 61차례 만에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대통령실이 21일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한 기약 없는 중단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 18일 도어스테핑 현장에서 MBC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여 항의성 질문을 한 이른바 ‘불미스러운 사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파적 활동을 하고 있는 MBC에 취재의 장을 계속 열어주는 게 맞느냐’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용산 시대’의 상징인 도어스테핑은 당분간 재개가 어려워 보인다.
○ 尹 “MBC, 정파적 활동 한다” 의중 강해
대통령실 참모들은 전날 늦게까지 회의를 하며 해당 기자를 그대로 둔 채 도어스테핑을 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8일 현장은) 국민과의 소통의 장이 아니라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현장이었다”면서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도어스테핑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라는 표현도 썼다.
윤 대통령은 비단 도어스테핑 사태뿐만 아니라 ‘비속어 논란’ 보도를 비롯한 일련의 MBC의 행위를 정치적 목적을 가진 활동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MBC는 본연의 언론 활동이 아니고 정파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해당 기자는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질문이 아닌 정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어스테핑을 관장하는 김영태 대통령대외협력비서관은 “18일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 도어스테핑 중단 장기화될 가능성
도어스테핑은 ‘용산 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간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따른 국가애도기간에 맞춰 도어스테핑을 일시 중단한 적은 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MBC와의 사활을 건 충돌에 따른 무기한 중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MBC 기자로 발생한 이 사태가 기자단의 자정 작용으로 해결될 때까지는 도어스테핑 재개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19일 출입기자 간사단에 MBC 기자의 출입기자 등록 취소나 출입 정지, 출입기자 교체 요구 등에 대한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간사단은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판단하고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MBC와의 충돌로 인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MBC 기자에 대한 징계 의견 제시를 요청한 것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특정 언론사를 본보기 삼아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라며 “MBC 기자에게 잘못이 있다면 출입기자단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