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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남성 정자 수, 40년 사이 반토막…전문가 “심각한 문제”

입력 | 2022-11-22 10:41:00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남성의 평균 정자 수가 지난 4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적 요인과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출산율 감소 등 세계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하가이 레빈 교수와 미국 뉴욕 아이칸의대의 샤나 스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53개국이 실시한 223건의 연구를 바탕으로 5만 7000여 명의 남성 정자 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73년과 2018년 사이에 정자의 평균 농도가 ml당 1억120만 마리에서 4900만 마리로 51.6% 줄었다고 밝혔다.

정자 농도의 감소는 서구뿐만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1972년 이후 모든 대륙에서 정자의 농도가 매년 1.16%씩 감소했다. 2000년 이후 수집된 데이터만 보면 연 2.64%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율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레빈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다만 정자 수가 줄어드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레빈 교수는 ‘태아가 자궁에 있을 때 생식 계통의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평생 생식 능력 손상이나 다른 생식기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스완 교수는 “유전적 요인만 꼽기에는 감소율이 가파르다”며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과 흡연, 비만, 스트레스, 과음 등 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 화학물질이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견과류·헐렁한 속옷, 정자 건강 개선에 도움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로비라 비르힐리대 연구팀은 견과류를 매일 한 줌씩 섭취하면 정자 수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남성 83명을 대상으로 14주간 서구식 식사를 진행했다. 다만 이 가운데 절반은 하루 60g의 견과류를 먹었고 나머지 절반은 먹지 않았다. 그 결과, 견과류를 매일 한 줌씩 먹었던 그룹은 정자 수가 증가하고 활동성 등이 나아졌다.

헐렁한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게 꽉 끼는 속옷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2000~2017년에 불임치료센터를 찾은 18~56세 남성 656명을 대상으로 평소에 입는 팬티 종류와 정자 건강 상태 간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트렁크 팬티를 입는 남성이 몸에 밀착된 속옷을 입는 남성에 비해 정자 농도가 25% 높았고, 활발히 움직이는 정자 수가 33% 많았다.

당시 연구팀은 “꽉 끼는 팬티를 입으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서 정자 생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헐렁한 팬티를 입어야 통풍이 잘 되고 체온이 안 올라 정자가 잘 만들어진다”며 “정자가 만들어지고 성숙하기까지는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임신 계획 중이라면 최소 3개월간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