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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271일, 헤르손南 킨부른 반도 상륙…러군, 집중 포격 계속

입력 | 2022-11-22 10:42: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71일째인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헤르손 탈환 공세 중인 우크라이나 군이 킨부른 반도를 통해 드니프로 강(江) 남측 러시아 방어 진지까지 상륙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정규군의 도하 작전을 돕고 러시아군의 후방 방어선을 허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북부 하르키우·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남부 헤르손 등 3개 전선에 걸쳐 포격을 감행하며 방어 진지 수성에 총력전을 펼쳤다.

CNN, NYT,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미콜라이우주(州)의 킨부른 반도를 통하는 우회 경로로 드니프로 강 남측의 헤르손 지역에서 작전 수행 중에 있다.

NYT는 헤르손 남측에 도달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드니프로 강 우안의 러시아 방어 진지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 정찰 임무와 지뢰 매설, 후방 타격 임무를 수행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킨부른 반도 상륙을 공개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군은 이달 초 드니프로 강 북측 헤르손시에서 퇴각하면서 안토니우스키 다리를 파괴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추가 진격을 막았다. 강 건너에서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도하를 집중 견제했다.

킨부른 반도는 드니프로 강 서쪽 하류 흑해 경계 지점에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미콜라이우 오데사로부터 남측으로 10㎞ 거리에 있으며, 헤르손 남측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공세적 탈환 속도에 제동이 걸리자 드니프로 강의 직접 도하 대신 우회 경로를 통해 러시아 방어선에 측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우크라인스카 프라브다에 따르면 나탈리아 흐메뉴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작전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킨부른 반도 상륙 작전에 관한 질문에 “현재로서 이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은 침묵 모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다만 그는 “킨부른 지역의 악천후는 우크라이나 군에 있어 유리한 면이 있다. 전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강가에 인접한 이 지역에는 많은 병력을 감당할 만큼 러시아군의 방어가 강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군이 북부 하르키우·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남부 헤르손 등 3개 전선에 포격을 감행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 군이 헤르손·하르키우·도네츠크·드니프로페트롭스크 등 북부·동부·남부에 걸쳐 포격을 감행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최소 4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와 아우디우카의 아군 방어 진지를 겨냥해 집중 공격했지만 모두 격퇴했다며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격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바흐무트 전선에서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바흐무트는 도네츠크와, 아우디우카는 루한스크와 인접해 있다. 두 곳을 점령하면 돈바스 전체 탈환이 용이해 진다. 러시아는 두 곳에 방어선을 깊게 구축한 채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기위해 화력전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분석 자료에서 “러시아군은 지난 하루 동안 바흐무트, 아우디우카 등 도네츠크 서부 방향에서 지속적으로 공세 작전을 벌였다”면서 “우크라이나 군의 진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정례연설에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손상된 전력시설 복구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예정에 없던 지역 대해 추가 단전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전 지역으로 수도 키이우, 서부 빈니차, 북부 수미·테르노필, 중부 체르카시, 남부 오데사 등 6개 지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전력 수준보다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력 소비 자제를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 원전 포격을 둘러싼 책임 공방을 이틀째 이어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을 중단하도록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대표는 이날 “자포리자 원전은 핵 사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려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발생할 작은 핵 사고를 받아들일 모양새”라고 전했다.

그는 “핵사고는 역사의 흐름을 영원히 뒤바꿀 사례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아무도 자포리자 원전의 보안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번 포격 책임이 러시아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68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연맹 연차 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사보타주(고의적 파괴공작)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 모두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어떤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원전 파괴행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리 삭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고문은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포격이 다가오는 겨울철 전력을 차단해 우크라이나인들을 동사시키려 하는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기를 빼앗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얼어 죽게 하려는 학살 행위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전장에서 아무것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선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해 통화를 하고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자포리자 원전 지역에 대한 비무장화 추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날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해 “잠재적인 심각한 핵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음에는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같은 포격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번 포격은 원전의 핵심 안전 및 보안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며 “킬로미터(㎞)가 아니라 미터(m) 단위로 가까워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전에 누가 포격을 가하든지 간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AEA에 따르면 전날 자포리자 원전 포격은 19일 오후 6시께 첫 포탄이 떨어진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20일 오전 9시15분께 포격이 재개됐다. 40분 이내에 12건 이상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IAEA 측은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중인 IAEA 소속 전문가들은 일부 건물과 전력선 등이 포격에 파손됐다고 보고했다.

IAEA는 포격 이후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을 유지했고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포격은 심각한 핵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