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울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 김장철을 맞아 박 부장(51) 가족도 김치를 잔뜩 담갔다. 빨간 김치통에 꽉꽉 눌러 담긴 김치를 보고 있으니 든든하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도 하다. 김치통을 옮기는 역할은 박 부장 담당이기 때문이다. 뒷정리로 바쁜 아내를 대신해 김치통을 번쩍 들어 올려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이내 허리가 뻐근해지는듯 했지만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에 연이어 마지막 김치통을 힘껏 들어 올렸다. 그런데 그때 ‘퍽’ 하는 느낌과 함께 허리에 통증이 나타났다. 극심한 통증에 한참 동안 허리를 부여잡고 있던 박 부장은 통증이 잦아들자마자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디스크가 갑작스럽게 밀려 나온 급성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수술에 대한 걱정과 공포가 뇌리를 스치는 찰나 다행히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 박 부장은 한방 보존치료를 결정한다.》
‘한 해의 밥상 농사’라고 불리는 김장이 시작됐다. 1년 동안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준비하는 만큼 힘들고 만만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부장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중년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자세는 바르게 선 자세보다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1.5배나 커진다. 여기에 6kg가량의 김치통 무게까지 더해지면 척추에 누적되는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허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거운 물건을 연속적으로 들어 올리다 보면 순간적으로 디스크(추간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 급성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허리디스크는 손상된 디스크가 주변 신경을 압박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의 강도가 높아진다. 또한 압박 양상에 따라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통증 및 저림 증상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을 방치하기보다는 서둘러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실제로 동작침법의 급성 허리디스크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통증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페인(PAIN)’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의 통증 감소 효과는 진통주사제 대비 5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동작침법 치료를 받은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의 요통은 30분 만에 46%가량 감소한 반면 진통주사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통증 감소 폭이 8.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은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은 만큼 작업 중 올바른 자세를 통해 허리 건강을 지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절인 배추나 김장통 등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는 무릎을 굽혀 몸의 중심을 낮춘 뒤 하체의 힘으로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배춧속을 채우는 반복 작업 시 한 가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기 쉬운데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 가벼운 스트레칭을 실시해 특정 허리 근육에 부담이 누적되지 않도록 한다.
올해 김장 계획 시 절인 배추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바로 건강 수칙이다. 부쩍 허리가 예전 같지 않은 중년이라면 더욱 꼼꼼히 지키며 척추 건강관리에 나서도록 하자. 1년 밥상을 준비하다가 앞으로 평생 사용할 허리를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동우 울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