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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결코 개인 책임 아냐”…전세계 과학자들 일성

입력 | 2022-11-22 12:00:00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이 중력과 종의 기원을 설파한 영국 왕립학회에서 최근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 비만의 원인을 토론한 끝에 ‘비만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일치된 합의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비만이 비만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인구의 40%가 비만으로 지불하는 의료비가 1730억달러(약 235조 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율이 크게 높아진 1980년대에 인류가 체중 조절 의지를 집단적으로 잃었다고 주장한 전문가는 없었다. 게으름, 폭식, 나태가 비만을 촉발한다는 주장도 없었다. 과학자들은 일반적 상식과는 반대로 인간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완벽한 통제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비만을 영양부족으로 인한 고통과 똑같이 취급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비만이 복합적이고 만성적 증상임을 강조하면서 지난 100년 동안 인류 전체가 비만해진 원인을 따져봤다. 이들은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비만을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해 접근하는 한 비만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영양학자는 식품의 탄수화물과 지방이 과도해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한 내분비과 의사는 과도한 칼로리 섭취가 지방을 늘린다고 강조한 반면 한 진화인류학자는 수렵과 채취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려고 꿀을 많이 먹는다고 반박했다.

과도하게 가공된 음식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인들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절반 이상이 포장음식이라는 것이다. 한 생리학자는 가공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 유기농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더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체중도 더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생화학자는 비료, 살충제, 플라스틱, 첨가제 등 가공식품의 독성 물질들이 대사에 개입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많이 먹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적게 먹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생태학자는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동물들이 칼로리 섭취가 부족해도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한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도 마찬가지로 기아로 인한 비만 패러독스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예외 없이 비만의 원인이 매우 복합적임을 강조했다. 드물게 유전자 변형이 촉발하는 사례, 여러 유전자 사이의 미확인 상호작용으로 비만해진 각종 사례가 제시됐다.

결국 참석자들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전 세계적 비만 확산의 원인을 밝히는 이론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비만 위험을 높이는 수천 가지 유전자와 변이를 식별했고 체지방이 에너지 창고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에 비만한 사람이라고 반드시 암, 2형 당뇨,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조기 사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에 정확히 무엇이, 복합적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참석자들 모두가 비만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 인식과는 생각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다이어트 서적 등에 담긴 고정관념에 빠진 과학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간헐적 단식이나 장세척, 다이어트 앱을 언급하는 학자도, 살을 빼거나 대사를 촉진하는 영양보조식품을 강조하는 학자도 없었다. 오히려 인류의 비만 대응 노력이 대부분 실패했음을 강조하는 장내 세균 전문가가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 회의에선 비만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지 못했다. 일부 약품이나 수술 방법도 결코 공중보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학자들은 정크 푸드를 불법화하고 학교에서 자판기를 제거하며 걸어 다니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들은 특히 비만 문제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규제 강화가 비만을 사회적 위기로 보기보다 개인의 기호가 원인이라고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채식을 많이 하고 운동하는 단순한 해법이 있는데도 다이어트 주창자들과 회사들이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다이어트 식품과 운동법을 유포한다.

사람들은 체중조절에 실패할 때 죄책감을 느끼기 일쑤다. 뇌종양에 걸려서 과도한 비만이 된 사람을 두고 의사가 몇 달 동안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하라고 했단다. 이 환자는 지금도 뇌종양을 체중조절 실패의 원인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비만에 대한 죄책감이 오히려 체중을 늘리고 건강을 해친다고 말한다. 최소한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의 일부는 비난과 차별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비만을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치부한다. 이에 따라 비만한 사람 챙피 주기, 신통한 비법, 잘못된 정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비만한 자신과 남을 비판하기보다 환경과 시스템에 더 주목해야 전 세계적 비만율이 줄어들 것이다. 아직은 그런 나라가 한 곳도 없다. 아이들이라도 뚱뚱하면 살기가 힘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