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자식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정부를 상대로 요구사항을 밝히고 심경을 전했다. 참사 후 유가족이 언론 앞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희생자 유가족 28명이 참석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22일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뒤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이 순간에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아들의 영정 대신 웃고있는 생전 사진을 품고 있다”며 “아들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일시도 추정, 장소는 노상, 사인은 불상으로 돼있는데 어느 부모가 사인도 장소도 알지 못하고 자식을 떠나보내냐”고 흐느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이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모른 채 저는 기다리기만 했지만 이제 다른 유가족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철저히, 명확히 밝히는데 동참하려 한다”며 “책임있는 자들은 책임을 지고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희생자 고 이민아씨의 아버지라고 밝힌 이종관씨는 “참사 이후 정부가 유족 모임 구성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에 도움을 준 적이 없으며 사고 발생 경과와 내용, 수습 상황, 기본권리 등도 알려주지 않는 등 기본적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며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2일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1.22/뉴스1
이날 유가족 중에는 기자회견 도중 오열하다 쓰러져 부축받아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서채완 민변 TF 변호사는 “민변에 연락 온 가족은 희생자 (158명 중) 34명의 유가족이며 추가로 연락하는 분도 있다”며 “이번 여섯가지 요구사항은 지금까지 모인 유가족과 함께 이야기한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또 “유가족 일부는 댓글 등을 통한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법적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는 분도 있다”며 “TF 소속 변호사들이 유가족과 협의해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