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보지 못했던 숫자가 나왔다. 경기 전후반을 합쳐 30분에 가까운 추가 시간이 나오면서 월드컵 사상 추가 시간 최장 기록이 새로 쓰였다.
이 역사적인 기록은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 이란의 맞대결에서 나왔다. 발단은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30)의 부상이었다. 전반 9분 베이란반드는 잉글랜드의 크로스를 막으려다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26)와 얼굴을 맞부딪치며 쓰러졌다. 그는 8분간 치료를 받고 다시 뛰었지만, 2분 뒤 끝내 교체를 요청했다. 이로 인해 경기가 10분가량 지연됐다.
21일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맞대결 주심을 맡은 하파엘 클라우스 심판이 경기 중 휘슬을 불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알라이얀=AP 뉴시스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국제추구연맹 심판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발언을 하고 있다. 신화=AP 뉴시스
길어진 추가 시간은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침대 축구’를 예방하기 위한 FIFA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FIFA는 월드컵 개막 전인 6월 열린 워크숍에서 “추가 시간을 엄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침대 축구로 시간을 끌면 이에 대한 추가 시간을 그만큼 늘려 중동 국가가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와 같이 엄격한 추가 시간 방침은 지금까지 치러진 모든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 적용되고 있다. 이번 잉글랜드-이란 경기뿐 아니라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맞대결에서도 추가 시간은 10분(전반 5분, 후반 5분)이 주어졌다. 22일 미국-웨일스 경기에서는 13분(전반 4분, 후반 9분), 네덜란드-세네갈 경기에서도 10분(전반 2분, 후반 8분)이 부여됐다.
이로 인해 월드컵 추가 시간 역사도 다시 쓰였다. 22일 축구통계 전문 업체인 옵타에 따르면 잉글랜드-이란 전반전(14분8초), 후반전(13분8초), 미국-웨일스 후반전(10분34초), 세네갈-네덜란드 후반전(10분3초)순으로 1966년 대회 이후 역대 최장 추가 시간 상위 4개 기록이 이번 월드컵에서 쏟아졌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