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네덜란드 감독, ‘영건’ 전진 배치로 월드컵 본선 첫승
21일 이란 전에서 헤딩 선제골을 터트린 주드 벨링엄. 알라이얀=AP뉴시스
잉글랜드는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이란을 6-2로 대파하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19살의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벨링엄은 4-2-3-1 포메이션에서 데클란 라이스(웨스트햄)와 함께 중원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란 진영을 노리던 벨링엄은 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루크 쇼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헤딩으로 연결해 막힌 흐름을 뚫는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 득점은 벨링엄의 A매치 첫 골이기도 했다.
벨링엄이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면 후반에 이란 특유의 극단적인 질식 수비, 경기 지연 플레이에 고전할 뻔 했다. 잉글랜드는 벨링엄의 골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이란의 조직력을 완전히 깨버리고 완승을 거뒀다.
벨링엄은 선제골을 비롯해 3번째, 6번째 득점에도 시발점 노릇을 했다.
2-0으로 앞선 전반 추가 시간 하프 라인에서 이란 미드필더들의 경합을 이겨낸 벨링엄이 측면 공간으로 빠져 나간 해리 케인(토트넘)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케인의 빠른 크로스에 스탈링이 오른 발을 갖다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인생 월드컵 첫 경기에서 A매치 데뷔 골맛을 본 벨링엄은 의미 있는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생 벨링엄은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2000년대생 선수가 됐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 중 월드컵에서 득점한 선수는 벨링엄 밖에 없다.
또 만 19세 145일에 골을 넣은 벨링엄은 잉글랜드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월드컵에서 득점한 선수가 됐다. 마이클 오언(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루마니아 전에서 18세 190일 나이에 골을 터트렸다.
이란전 활약으로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라이징 스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미드필더 포지션이면서도 2022~202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독일 포칼컵 등에서 9골(3도움)을 터트리며 스트라이커급 공격력을 과시한 그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벨링엄은 잉글랜드 월드컵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이 아니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을 다루는 매체인 ‘트랜스퍼마크트’가 매긴 벨링엄의 몸값은 1억 유로(1388억 원)까지 올랐다. 벨링엄은 이란 전 후 “도르트문트와 대표팀에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세네갈 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코디 각포. 도하 AP=뉴시스
네덜란드 루이스 반할 감독의 후반 각포를 올린 ‘족집게’ 전술 변화가 적중했다. 주전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바르셀로나)가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자 2선의 각포를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했고, 각포는 후반 39분 193cm의 신장을 살려 상대 골키퍼 펀칭보다 높은 점프로 공을 머리에 맞혀 선제골을 터트렸다.
각포는 네덜란드 첫 유효 슈팅을 득점을 연결하며 8년 만에 월드컵에 나선 조국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이 골은 자신의 첫 번째 월드컵 득점이기도 했다. 데이비 클라센(아약스)이 후반 추가 시간 쐐기 골로 경기를 끝냈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2021~2022시즌 리그 12골, 13도움을 기록한 각포는 이번 시즌 리그 14경기를 치르고도 9골, 12도움을 올리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월드컵 무대에서도 분위기를 이어 ‘에이스’ 데파이의 공백 우려를 완전히 지우면서 유럽 빅리그 클럽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