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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예산 떼내 대학 지원…합의점 못 찾고 이견만 재확인

입력 | 2022-11-22 14:59:00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22/뉴스1 ⓒ News1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육세 3조원을 떼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조성하는 정부의 계획이 난항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2일 정부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안의 근거법인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과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했지만 여야의 이견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전입해 대학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야당은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여당은 “남는 재원을 미래 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 이후 세수가 줄어들면 2014~2017년과 같이 수조원의 지방교육채를 또 발행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난 10년간의 지방교육재정 현황을 봐도 여전히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초중등) 교육은 국가의 의무다. 고등교육과는 다르다.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어려움에 처한 지역 대학은 공영형 사립대를 세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고등교육재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 수도권 중심 대학에만 집중되는데, 고통받는 당사자는 지방의 국립대·사립대다”라며 “근본적으로 대학의 구조혁신 플랜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도 전체 시도교육청 예산규모가 97조4000억원이 넘고 올해 대비 예산 증가율이 17.8%에 이른다”며 “이중 극히 일부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쓰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지적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인데, 이 비율도 경제상황이나 교육의 재정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만일 특별회계를 만들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3조원을 뺀다 해도 교부금이 지금보다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초중등 교육을 교육청이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시·도립 대학처럼 군립 초중고도 만들 수 있게 하고 민간에서도 쉽게 학교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우 돈을 뺏어 형님에게 주는 게 아니라 아우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의견도 첨예하게 엇갈렸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등록금 대비 인건비 비율이 80%를 넘어가는 대학이 급증하고 지방의 건실한 한 사립대를 보면 2020년 교내장학금·인건비가 등록금의 100%를 넘어선다”며 “초중등 교육계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특별회계법이 보완될 필요는 있지만, 고사 직전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연섭 연세대 교수도 “초중등과 지방대학이 상생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양성, 지역 국립대학 육성, 지역대학 구조조정 등을 위한 재원을 우선 투자해야 한다”며 “지난 14년간 묶여있던 등록금의 제한적인 인상이라도 허용하는 식의 제도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에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에 지원해도 고등교육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떼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재원으로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병주 영남대학교 교수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2022.11.22/뉴스1 ⓒ News1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선생님의 개인기에 맡겨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선두권의 학력을 갖는 데 성공했지만, 열악한 학교 환경이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꼴찌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육감은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돈을 적립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밖에서 볼 때는 돈이 남아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한다”며 “경남에서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 교사동만 989동이고, 천장에 석면을 이고 수업하는 학생이 40% 정도가 된다. 대학 재정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우리 형편이 참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