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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진심어린 사과하고 책임 규명해야”…이태원 유족 첫 회견

입력 | 2022-11-22 15:24:00


22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 기자회견에서 참사로 숨진 고 이민아 씨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꽃다운 우리 아들, 딸들의 생명이 꺼져갈 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고 송은지 씨의 아버지는 “이태원 참사는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공개 석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생자 유족 약 30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6명이 발언자로 나섰다. 

희생자인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초동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158명의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신들의 자식이 한 명이라도 거기에 있었다면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 걸어갈 수 있었겠느냐.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정부의 대처를 규탄했다. 

유족들은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희생자 고 이상은 씨의 아버지는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우리 딸이라 너무 고마웠다.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잘 가거라”라며 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희생자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진단서를 들어 보이며 “무능한 정부에 아들을 빼앗겼다.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영정사진 대신 살아생전 웃고 있는 사진을 가슴에 품고 왔다”고 흐느꼈다. 

유족 6명의 발언을 마친 뒤 민변 ‘10.29 참사’ 대응 테스크포스(TF) 팀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유족을 대신해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책임 규명 △피해자 참여 보장된 진상 규명 △피해자 소통 보장 △추모시설 마련 △2차 가해 방지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윤 변호사는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정부의 선제적 조치가 없어 명단이 사적으로 공개됐다”며 “동의하는 분들에 따라 명단 공개가 이뤄지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원하는 추모시설 형태와 위치 관련 질문에 민변 TF 공동간사인 서채완 변호사는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적어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부 조치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