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가해자 전주환(31)이 공판준비기일에 이은 22일 첫 정식 공판에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범행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주환은 범행 정황이 담긴 현장 영상이 재생되자 화면을 등진 채 앉기도 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박정제·박사랑)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며 범행의 잔혹성 등에 비춰 전주환이 살인을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환은 재판 시작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재판부의 말에 “제가 정말 잘못했음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속죄하면서 살아가겠다”며 “정말 잘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조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범행 전후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목격자 진술, 인터넷 검색기록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범행 전후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법정에서 직접 재생했는데, 전주환은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화면을 등진 채 앉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피해자 A(28)씨의 아버지를 양형증인으로 신청한다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13일 오전에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 사건에 앞서 전주환은 A씨에게 고소돼 스토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실형(징역 9년)을 구형하자 전주환은 A씨에게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위해제된 상태였던 전주환은 4차례 역무실을 방문해 통합정보시스템에 접속, A씨의 개인정보 등을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알아낸 정보로 A씨 퇴근 시간에 맞춰 A씨 주소지를 3차례 찾아간 것으로도 파악됐다.
전주환은 A씨 주소지에 갈 당시 정보를 재차 확인하고, 동선을 감추기 위해서 휴대전화 GPS 위치를 실제와 다른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흔적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헤어캡과 장갑도 준비했으며, 옷에 피가 묻었을 경우를 대비해 양면점퍼도 착용했다고 한다.
특히 전주환은 A씨를 찾아가기 전 인터넷으로 A씨 주소지의 강수량을 확인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태풍 ‘힌남노’가 북상할 때여서 A씨가 우산을 쓰고 있다면 알아보지 못할까봐 미리 검색까지 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파악됐다.
전주환은 A씨가 범행 전 다른 곳으로 이사해 마주치지 못하자 지하철역에서 살해 범행을 감행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환은 스토킹 혐의 등 1심 재판의 선고 전날 A씨가 근무하던 신당역으로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범행이 벌어졌던 신당역에는 현재까지도 시민들이 조성한 피해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