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중립기어> 라이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 즉 ‘도어스테핑’ 중단 상황을 긴급 진단했습니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용산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과연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다음은 주요 방송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RHeqW-VWoA8&t=1826s)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중립기어> 조아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약 6개월 만에 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지난 18일 MBC 기자가 집무실로 향하는 윤 대통령에게 고성으로 질문을 던지고 이에 항의하는 대통령실 비서관과 설전을 벌인 일 때문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은 “불통”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대통령실은 “국민과의 더 나은 소통”을 위한 것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중립기어 박고 하나씩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워싱턴 특파원과 정치부장을 지낸 ‘정치 프로파일러‘ 이승헌 부국장과 함께 대담을 나눴습니다.
● ‘삼선 슬리퍼’는 무례인가
▷조아라 기자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MBC가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죠. 결국 9월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과 MBC의 시각 차이가 여기까지 사태를 끌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MBC의 보도가 악의적이었다고 보세요?
MBC 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다룬 화면. 출처=MBC 유튜브 캡처
▶이승헌 부국장
대통령실 입장에선 악의적이라 볼 수도 있죠. MBC는 비속어 논란 이후 특파원을 동원해 백악관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의역한 표현을 보내 입장을 구했죠. 그런 취재활동이 벌어진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에 파열음을 일으키려 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윤 대통령이 MBC 배제 조치가 국가안보 차원이라고 한 건 맥락이 잘 맞지 않아요. 실제로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켰다면 모르겠지만요. 양측의 공방이 계속 진행되다보니 대통령실은 ‘국가 안보’를 MBC는 ‘군사 정권’을 거론하면서 논쟁이 논쟁을 만들어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아라 기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전 국민이 비속어 들었는데도 허위보도라며 언론 탓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비속어 논란이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어서 양측 간에 좁혀질 수 없는 입장차가 있어 보입니다.
▶이승헌 부국장
민주당은 9월 순방을 두고 ‘외교 참사’라고 주장했죠. 동맹인 미국 대통령에 대해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전제 하에 ‘외교 참사’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서로 수평선을 달리고 있어요. 음성 분석 결과를 취득해서 보던지, 아니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당시 기억을 들을 기회가 생기기 전까진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아라 기자
대통령실 입장에선 한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을 키우는 게 결코 유리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왜 음성 분석 결과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걸까요?
대통령실에서 자료를 내놓는다면 지금의 상황 깔끔해질 수 있겠죠. 하지만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적 발언’이었다고 밝혔잖아요. 그 내용을 공개하면 ‘바이든’(미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없다 하더라도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조아라 기자
여권 일각에선 MBC 기자가 윤 대통령을 향해 고성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질문 당시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태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던 CNN 기자도 질문할 때마다 ‘Mr.President(대통령 각하)’라는 존칭을 붙였다는 거에요.
▶이승헌 부국장
짐 아코스타라는 CNN 기자인데요. 양 진영에서 다 소환하고 있죠. 민주당과 MBC 진영에서는 미국에서도 고성으로 대통령에게 질문한다는 취지로 이 사례를 활용하고 있고요.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고성으로 하더라도 MBC처럼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식의 표현을 쓰진 않았다는 거죠. CNN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앉으라며 질문을 막으니 “헌법에 따라 저에게는 질문할 권한이 있습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어요. 겉으로 보면 비슷한 장면으로 볼 수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다릅니다.
▷조아라 기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청와대 근무 당시를 거론하며 취재 공간과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혼재돼 있다며 기자들이 슬리퍼를 신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는데요. 이건 팩트체크를 해봐야 되는 게 과거엔 대통령과 기자들이 한 건물에서 질문답변을 자주 주고받는 상황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승헌 부국장
공방이 오고가다보니 양 진영에서 논리를 벗어난 이른바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문 대통령 몇 번이나 기자실 왔다고 혼재 돼 있다고 얘기합니까. 그건 사실이 아니고요. 특히 문 대통령 같은 경우는 기자들 앞에 선 횟수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되잖아요.(문 대통령은 5년 간 10번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기자실(당시 춘추관)에 불쑥 와서 스킨십 즐겼던 대통령도 아니었고요. 전형적인 아전인수 격 해석입니다.
● 가림벽은 ‘보안’ 때문?
▷조아라 기자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0일 돌연 1층 현관 가벽 공사를 하면서 ‘보안’ 때문이라 밝혔습니다.
▶이승헌 부국장
가벽을 보안 유리로 바꾼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가벽이 됐든 보안 유리가 됐든 나중에 ‘석열 장성’으로 불리게 될 지도 모르죠.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핵심 장면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요. 벽이라는 게 뭡니까. 쉽게 얘기하면 출입기자들 보기 싫다는 거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거부보다도 가벽 설치가 윤석열 정부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봐요.
▷조아라 기자
대통령실은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일부 언론사가 촬영하려고 했다”는 이유를 들었거든요. 외교 관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되기도 하는데요.
▶이승헌 부국장
갑자기 가벽을 설치하면서 명분을 둘러댄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들한테 촬영하지 마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런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실에 요청하면 사진은 얼마든지 받을 수도 있을 텐데 기자들이 왜 굳이 찍으려고 하겠습니까.
▷조아라 기자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이 재개되려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설전을 벌인 MBC 기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일까요?
▶이승헌 부국장
구독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드리면 18일 도어스테핑 다음날 대통령실에서 김은혜 홍보 수석 명의로 기자단에게 공식 문서를 발송합니다. 기자단에 MBC 기자에 대한 자체적인 징계를 요청한다고 얘기했지만 기자단은 수용하지 않았죠. 기자단 내에서도 입장이 서로 다르고요. 엠바고(보도유예 요청) 파기 등 기자단이 설정한 규정을 위반했을 때 징계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 이후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서 내세운 것이 재발 방지 방안인데요. 풀어서 말씀드리면 기자단이 MBC 기자에 대한 징계, 출입 정지, 교체 등 가시적인 결과를 내달라는 것이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력과 언론은 늘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그럴 땐 보통 법적 소송이나 언론 중재를 통해 항의하죠. 하지만 그 과정은 오래 걸리다보니 즉각적으로 여론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의도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서초동’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서초동은 검찰이 정보를 갖고 절대적으로 키를 쥐고 있잖아요. 법조 기자들은 정보가 없으면 아무 것도 보도할 수 없죠. 대통령실 검찰 출신 참모들이 서초동 방식의 여론 조성 흐름을 알고 기자단을 대하고 있다는 거죠.
● 도어스테핑, 재개될까
▷조아라 기자
대통령실의 방식이 기자로서 위협적으로도 느껴지는데요. 기자들 입장에선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용산 시대를 열겠다면서 도어스테핑을 시작한 윤 대통령 스스로도 명분 저버리는 것 아닐까요?
▶이승헌 부국장
지금은 대통령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 본인이 하겠다고 한 거죠.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전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을 적게 해왔다는 지적을 했고, 대통령이 되면 국민과 얼마든지 소통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도어스테핑을 한 거예요. MBC가 지금 출입 기자를 바꾸겠어요. 양 진영이 계속 충돌하면서 결국 치킨 게임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안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부담 되겠죠. 치킨 게임이 막 시작됐기 때문에 양 진영이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에요.
▷조아라 기자
홍준표 대구 시장을 비롯한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은 말은 태산 같아야 한다”며 무용론도 제기하고 있거든요. 도어스테핑 재개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승헌 부국장
개인적으로 도어스테핑의 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다고 봅니다. 크게 2가지의 의미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소통, 또 국민이 대통령에 대해 날 것 그대로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도어스테핑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은 물론 대통령 건강 상태도 짐작할 수 있죠. 도어스테핑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봤던 사람들은 대통령이 아직 정무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역량이 가다듬어지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전략적인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아직 자유로운 발언을 할 때가 아니라고 한 것인데요. 특히 여권 내에서도 중진들이 도어스테핑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요청을 알게 모르게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대통령의 발언이 간헐적으로 나와야 발언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도 보고 있는 것이죠.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