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치금 인출 못해 유동성 타격 국내 코인 예치 서비스도 운용 ‘고파이’ 출금 중단 장기화 우려 수십억대 투자 손실 가능성도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후폭풍이 가상화폐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FTX에 돈이 묶인 글로벌 가상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는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위기로 파산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는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고팍스의 코인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운용사이기도 해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 ‘FTX 몰락’ 전염…연쇄 파산 공포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 시간) 제네시스가 추가 현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수 있다며 투자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제네시스는 FTX에 약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예치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TX로부터 예치금을 받을 길이 없어진 데다, 코인 가격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최근 대출 상환을 중단한 상태다. 제네시스는 지난 수일 동안 최소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신규 자본을 유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측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금 지원이 실현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 측은 “우리의 목표는 파산 신청 없이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파산설을 부인했다.
FTX에 투자했다가 수백억 원 이상을 잃게 된 세계적 투자 펀드인 소프트뱅크, 세쿼이아, 타이거글로벌의 투자 기준이 적정했는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적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가 타이거글로벌 측을 대행해 FTX 실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韓 투자자들 수십억 원 손해 우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의 코인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의 출금 중단도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파이는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을 제네시스가 운용해 수익을 낸 뒤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언제든 코인을 넣고 뺄 수 있는 자유형 상품의 출금은 16일부터 막혀 있고, 24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형 상품들의 원금과 이자 지급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팍스는 21일 “고파이 자유형 상품 잔액 전액에 대해 제네시스에 상환을 요청했지만 제네시스가 신규 대여와 상환 잠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곧 만기가 도래하는 고정형 상품의 만기 준수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고 공지했다. 다만 고파이가 아니라 고팍스에 예치된 투자자들의 자산은 분리 보관돼 있어 정상적으로 입출금할 수 있다.
24일 오전 원금과 이자 지급이 예정된 ‘비트코인(BTC) 고정 31일’ 상품에는 22일 현재 시세로 환산할 때 약 25억 원의 비트코인이 예치돼 있다. 이달 25일과 다음 달 1일, 8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형 상품도 줄줄이 있다. 여기에 자유형 상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까지 더하면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고팍스 측은 “고객 자산의 온전한 상환을 위해 제네시스 및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을 상대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제네시스가 발표할 계획 외에도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의 모회사인 글로벌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DCG는 고팍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