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에 연간 12만 t 생산 규모 전기차 120만대 배터리 제작 가능 내년 1분기 착공…2025년 말 양산 “전략시장 현지화와 IRA 등 대응”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될 예정인 LG화학의 양극재 공장 조감도. LG화학이 4조 원을 투자할 이 공장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양극재 생산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이 4조 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고성능 전기차를 연간 120만 대가량 만들 수 있는 규모로 2025년 말 양산이 목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여파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내년 1분기(1∼3월) 착공해 2025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7년 추가 증설까지 완료되면 연간 12만 t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1회 충전 시 500km까지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120만 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테네시 공장은 LG화학이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집중 육성 중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생산한다. 이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니켈 함량이 높고 안정성이 높은 알루미늄을 적용해 출력과 안정성이 모두 뛰어난 장점이 있다.
LG화학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북미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는 올해 900만 대를 넘어 2025년 2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북미 지역 배터리 수요는 굉장히 빠르게 느는 추세”라며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전략시장에서는 현지화를 통해 기회를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 IRA 법안 발효도 투자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다. 테네시 공장은 IRA가 발효되면 미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IRA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충족하려면 배터리 자체는 물론이고 배터리용 소재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 미국 내 광물 업체나 재활용 업체 등과의 원자재 공급망 협력도 용이해진다.
LG화학은 테네시 지역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인근의 전력 공급 업체를 통해 태양광과 수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테네시주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이 있다. 양극재를 납품할 고객사와 가까워 지리적으로도 큰 장점을 지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