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고개 숙이고 있다. 이날 경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대1 역전승 거뒀다. 2022.11.22/뉴스1 ⓒ News1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인 아르헨티나가 22일 카타르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51위)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본선에서 패한 팀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아르헨티나의 패배를 두고 “우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첫 번째 충격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C조에는 13위의 멕시코, 26위의 폴란드 등 강팀이 많아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아르헨티나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메시는 전반 2분 상대 골문 앞에서 볼에 탄력을 실어 날리는 매끄러운 왼발 슛으로 빠르게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8분 뒤인 전반 10분 페널티킥으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넣었다. 팀 동료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얻은 페널티킥으로 메시의 월드컵 통산 7번째 골이었다. 하지만 통산 3번째이자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정상 도전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득점포는 여기까지였다.
2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후반전에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한숨을 쉬고 있다. 2022.11.22/뉴스1 ⓒ News1
경기 후 FIFA가 공개한 ‘매치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볼 점유율에서 24%-51%(나머지 25%는 양 팀 경합 상황), 슈팅 수 3-14, 유효슈팅 수 2-6 등 경기 내용 면에선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21개의 파울을 기록하는 등 육탄전에 가까운 방어로 골문을 지켜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옐로카드 6장을 받는 출혈이 있었지만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몇몇 선수는 심판을 향해서도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장에는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 나선 메시를 보려는 많은 팬들이 몰리면서 8만8012명이 관중석을 채웠다. 메시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카타르 관중도 경기가 끝난 뒤엔 드라마 같은 업셋(약한 팀이 강팀을 꺾는 것)을 보여준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관중석 대부분이 하늘색 줄무늬 유니폼으로 채워져 마치 아르헨티나의 안방구장 같은 분위기였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예상치 못한 패배로 A매치 무패 행진도 중단됐다. 36경기 무패(25승 11무) 행진을 기록 중이던 아르헨티나가 이날 패하지 않았다면 이탈리아가 보유한 역대 최다인 37경기 연속 무패(28승 9무)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메시가 골을 넣고도 아르헨티나가 진 건 2009년 11월 15일 스페인과의 A매치 1-2 패배 이후 13년 만이다. 메시는 페널티킥 선제골로 네 번의 월드컵 대회(2006, 2014, 2018, 2022년)에서 득점한 최초의 아르헨티나 선수로 이름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메시는 이번 대회가 5번째 월드컵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6일 폴란드, 아르헨티나는 27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루사일=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