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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택동]문 닫는 GM 부평공장

입력 | 2022-11-23 03:00:00


1962년 우리나라에 운행 중인 차량은 6만여 대에 불과했다. 현재 2500만 대가 넘는 차량이 등록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나마 폐차된 외제차를 분해한 뒤 부품을 다시 조립한 허접한 차량이 많았다.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군부는 5년 안에 국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한 전초기지로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새나라자동차 공장을 설립했다. 1962년 8월 문을 연 이 공장이 현 한국GM 부평2공장의 모태가 됐다.

▷그동안 부평공장의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새나라자동차가 문을 닫은 뒤에는 신진자동차가 부평공장을 운영했다. 신진자동차 부도 이후 이름을 바꾼 새한자동차를 대우가 인수하면서 부평공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우자동차가 1986년 부평1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기존에 있던 시설들은 부평2공장이 됐다. 프린스, 레간자 등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세단들이 부평2공장에서 생산됐다.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당시 부평공장은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결국 2005년 GM으로 넘어갔다.

▷자동차업계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GM 부평공장도 타격을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평공장의 가동이 한동안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부평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추기도 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사 갈등이었다. 한국GM이 2014년 이후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충돌했다.

▷2016년 한국GM 노조는 임·단협이 진행되는 도중에 싱가포르를 찾아가 GM 본사 경영진을 만났다. ‘해외 원정 투쟁’까지 벌인 것이다. 노조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한국GM 사장실을 점거한 적도 있다. 2018년에는 임·단협 갈등 끝에 사측이 ‘법정관리 신청’ 카드를 꺼내들면서 파국 직전까지 몰렸다. 한국GM 경영진은 “미국 본사의 시각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평2공장에 신차 생산을 배정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한국GM은 26일 트랙스, 말리부의 단종과 함께 부평2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부평1공장은 운영되지만 60년간 명맥을 이어온 ‘원조 부평공장’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GM은 근래 ‘테슬라를 누르고 전기차 1위 업체가 되겠다’며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부평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GM 본사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내심 ‘노조 리스크’를 부담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부평공장이 폐허로 남지 않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아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