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에 안정성·도덕성 추락 코인시장 국내 첫 코인 자전거래 적발, 시장 불안 커져 ‘규제법’ 속히 통과시키고 보완 입법도 나서야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무려 100만 명에 달하는 채권자에게 진 빚을 청산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지만 재무제표가 불분명하게 기재된 탓에 보유자산이 얼마인지, 빚이 얼마인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30)는 세계적인 청년 부호에서 지금은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고 있다.
코인시장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성장했지만 아직 거래 안정성도, 대표들의 도덕성도 일정 수준에 올라 있지 못한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도 루나 사태를 비롯한 코인시장 혼란과 관련해 국내 코인계의 유력인들을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지만 대부분 불출석했다. 이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고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코인계 리더들의 국감 불출석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들은 종종 몇몇 코인에 대한 추천과 홍보에 적극 나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얼굴’과 ‘말’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 물론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이지만 다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본 이런 상황에 대해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자신도 실패한 투자자’라고 항변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은 코인산업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더욱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국내 코인시장 핵심세력의 문제점은 역량 미달과 윤리의식 부재이다. 이들은 확신에 차서 마치 대중을 계몽하는 선지자와 같이 ‘루나는 혁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들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들은 스스로 이 시장을 안착시킬 역량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아예 코인시장을 없애버리거나 아니면 국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말로 진지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보면 기대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 법안의 취지는 가상자산업을 ‘제대로’ 규제하는 법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급한 대로 일단 할 수 있는 규제부터 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이 법안은 코인거래 실명제인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소비자 보호와 불법거래 방지 규정을 더한 느낌이다.
이런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다. 계속해서 규제의 무풍지대로 남겨놓느니 가장 시급한 현안부터 해결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도 생긴다. 최소한의, 가장 필요한 시급을 다투는 문제만을 다루다 보니 규제가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상대적으로 너무나 약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 코인거래소나 코인 발행자들이 자국민을 상대로 코인투자 홍보를 못 하게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인플루언서들의 가상화폐 홍보를 규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본시장법에 준할 정도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고 나서 급한 불을 껐다고 생각해 법안의 수정 또는 추가 발의가 늦어지면, 우리 코인시장은 다른 국가들보다 오히려 규제적으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발의된 것보다 더 완전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완전한 규제를 만드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법안이 먼저 발의된 것이다. 코인시장을 규제의 사각으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