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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팀, 국가 제창 거부… 반정부 시위 연대

입력 | 2022-11-23 03:00:00

국영TV 황급히 경기장 화면 돌려
NYT “이란 돌아가면 당국 보복 위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자국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이란에서 석 달째 계속되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로 한 것이다.

21일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시작에 앞서 이란 국가가 연주되자 운동장에 줄 서 있던 이란 선수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몇몇 선수는 고개를 숙였다. 생방송으로 선수들을 비추던 이란 국영 TV 화면은 급히 경기장 전경으로 바뀌었다.

주장 알리레자 자한바흐시는 경기 후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기로 하면서 시위대에 연대를 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란 선수들은 이날 두 골을 넣었지만 평소 같은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9월 27일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국가 연주 때 이란 축구협회 마크와 국기를 가린 검은색 점퍼를 입었고 선수 대부분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잉글랜드전 관중석에서도 반정부 시위 연대 움직임이 보였다. 이란 응원단석에는 반정부 시위대 슬로건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전반전 22분에는 일부 팬이 히잡 의문사 희생자인 ‘마사 아미니’ 이름을 외쳤다. 22는 아미니의 나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선수들이 조국으로 돌아가면 당국의 보복을 마주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는 귀국 후 체포되지는 않았지만 가택 연금되거나 재산 몰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