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작가 서울대 학생들과 북토크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22일 열린 북토크에서 이민진 작가(오른쪽)는 “‘파친코’는 서양도, 동양도 아닌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주체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건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많은 한국 사람들이 서울대에 입학하길 꿈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서울대에서 강연을 하게 돼 기쁩니다. 저도 여기서 공부하고 싶어지네요(웃음).”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 오디토리엄에서 22일 열린 북토크에서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54)는 단상에 오르자마자 서울대 학생 200여 명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날 ‘소설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 작가와의 대화’는 삼성행복대상,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그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가 초대해 열렸다. 그가 한국에 온 건 올해 8월 후 3개월 만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떻게든 순두부찌개를 먹으려 한다”는 글을 올리며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위로로 강연의 말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이 작가는 솔직하게 답했다. 한 남학생이 ‘파친코’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남북의 지원 문제를 다루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뷰한 재일교포들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그 의사를 존중했다”고 말했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인 그가 2007년 남편이 일본에서 근무할 때 재일교포들을 인터뷰한 뒤 쓴 작품이다.
한 여학생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면서 차별당한 적이 있냐고 질문하자 그는 “그렇다. 하지만 이민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여학생이 “‘파친코’를 쓰는 데 30년이나 걸렸는데 그 세월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 난 매번 무언가를 하다가 관두고 싶다”고 묻자 그는 학생을 바라보며 차분히 답했다.
이민진 작가는 변호사로 일하다 남들이 모두 말리는 작가의 길을 선택해 힘들었지만 꿈이 있어 견뎌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장편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에 대해 말하며 학생들에게 숙제 같은 말을 던졌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