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3〉 민간으로 투자축 옮기자 수조원대 민간 모펀드 美 12-中 5개… 국내 민간펀드 대형화-다양화 시급 정부, 최근 활성화 대책 등 적극 나서
인기 캐릭터 핑크퐁 개발자 출신이 창업한 3년 차 스타트업 마코빌. 올해 자체 지식재산권(IP) ‘치타부’의 유튜브 동영상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하루 조회수가 200만 회 이상 나올 정도다.
2020년 마코빌이 창업할 때만 해도 추상적인 IP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민간 벤처투자자가 큰 힘이 됐다. 게임사 최고경영자(CEO)였던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과거 함께 일했던 마코빌 창업팀을 유심히 지켜본 뒤 초기 투자와 후속 투자까지 주도했다. 마코빌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도 유명한 하이브 등으로부터 지난해 말 130억 원의 초기 투자(시리즈A)를 받았다.
이는 라구나인베스트먼트처럼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민간 펀드들이 최근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안목으로 괄목할 성과를 내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이런 사례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민간펀드 투자는 대부분 초기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기업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조성된 8조 원 이상의 모태펀드가 ‘제2 벤처붐’을 이끌어 외형적인 성장을 했지만 의사결정이 늦고 초기 투자에 주로 집중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도 시중 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할 민간 모태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 “펀드 대형화-다양화 숙제”
정부도 최근 민간 모태 펀드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정책목적 투자의무(60%) 규제 없이 수익성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운용 자산의 40%는 기존 벤처펀드에서 투자가 제한됐던 상장주식, 해외기업, 사모펀드(PEF)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했다. 법인 출자자에 최대 8% 세액공제를, 개인투자자에게 출자금의 10%를 소득공제 해주는 등 세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벤처펀드와 별개로 운영돼온 사모펀드 자금도 주목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은 기업 등 장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벤처 특화 투자 비중은 전체 사모펀드(322조5000억 원)의 1.9%(6조1000억 원)에 그친다.
○ 창업가 네트워킹-글로벌화도 민간 주도로
민간 주도는 창업가 양성과 글로벌화에도 전환점이 되고 있다. 대전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올해부터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운영하고 있다. 기존 ‘민간협업형 청창사’와 달리 민간 운영사가 창업자를 직접 선발하고 교육, 코칭부터 직접투자 및 투자유치까지 주관한다. 올해 첫 입교팀 모집 경쟁률이 16 대 1로 다른 청창사(4 대 1)보다 4배 높았다.올해부터 민간 주도형으로 개편된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은 2027년 민간에 완전히 이양될 예정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고 스타트업, 투자자 등 전문가 50여 명이 자문단으로 참여한 이달 행사에는 사흘간 참관객이 5만7000명(온라인 시청 포함)에 달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재외공관뿐 아니라 대기업 등 민간 해외 거점을 ‘K스타트업 센터’로 지정하고 해외 진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민관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파트너 모색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밑작업은 개별 스타트업에 맡기고 정부는 세무·회계 컨설팅, 법률 지원 등 ‘뒷단’에서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