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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림하는 식물, 도마뱀 모양 구름… 신비하고 낯선 세계로 초대”

입력 | 2022-11-23 03:00:00

디즈니 애니 ‘스트레인지 월드’
김상진-이현민 애니메이터 참여
‘빅 히어로’ 돈 홀 감독이 연출
“다름을 포용하는 세상 그려”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에서 이든(왼쪽)과 아버지 서처가 스트레인지 월드 속 신비로운 생명체를 보며 놀라는 장면. 제작진은 가상의 세계인 스트레인지 월드를 표현하기 위해 자연에서 쉽게 보기 힘든 분홍색을 사용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넌 고작 10대 소년이야. 넌 네가 뭘 원하는지 몰라!”

23일 개봉하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에서 농부 아버지 ‘서처’는 농부가 되길 거부하는 사춘기 아들 ‘이든’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처는 아발로니아의 전설적인 모험가인 아버지 ‘예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판도’라는 식물 기반 동력원을 발견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서처는 이든이 판도를 기르는 가업을 이어가길 바라지만 이든 역시 자신만의 꿈을 펼치려 한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3대 예거와 서처, 이든은 위험에 빠진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 ‘스트레인지 월드’로 떠나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다름’을 받아들인다.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과 움직임을 만든 한국 출신 디즈니 애니메이터 김상진, 이현민 씨를 22일 화상으로 만났다. 영화는 2015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빅 히어로’의 돈 홀 감독이 연출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외형적으로 3대가 대비되도록 했다. 예거는 박스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으로 크고 우락부락한 덩치로 디자인했다”며 “서처는 길쭉한 나무 막대기 같은 형태로, 이든은 둥글둥글한 타원형의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했다. 결국 서처는 마음을 열고 이든의 꿈을 지지한다. 젊은 시절 세상을 탐험하겠다며 집을 떠나 실종된 아버지 예거와는 스트레인지 월드에서 재회한다. 서먹했던 두 부자의 사이도 점차 풀린다. 그는 “3대가 외모는 굉장히 다르지만 티격태격하다 결국 한 가족으로 화합해 가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3대가 모험을 떠나는 ‘스트레인지 월드’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트림을 하고 춤추는 식물, 촉수가 달린 생물체, 도마뱀 모양의 구름까지 신비로운 생물들이 가득하다. 하늘색이나 초록색 등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색깔 대신 분홍색과 연보라색을 사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 애니메이터는 “인간이 사는 아발로니아는 무채색이 주를 이루지만 스트레인지 월드는 들어가자마자 화려하고 강렬한 색으로 시선을 압도해 둘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생물체를 만들어내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심해 속 생명체나 색이 아주 화려하고 모양이 독특한 희귀식물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았고, 이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든은 성별이 같은 친구 디아조를 짝사랑한다. 가족은 이든의 성 정체성을 지지하고, 예거는 손자에게 디아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이 애니메이터는 “엄마로서 내 아이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교감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길 꿈꾼다. 그런 세상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돈 홀 감독도 ‘내 아들에게 어떤 세계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에도 그 메시지가 잘 녹아들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