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先예산 後국정조사’ 조건부 동의 “명단 제출 안하면 24일 국조 처리” 與 “당장 제출 어려워” 오늘 의총 논의 수사 무게 둔 대통령실 입장도 부담
국민의힘이 제안한 ‘선(先) 예산 처리, 후(後) 국정조사’에 더불어민주당이 조건부 동의를 표하면서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로 흐르던 ‘국조 정국’에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후보위원 명단을 먼저 제출하는 조건으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진전된 안을 내놨다”며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3일 의총을 열어 관련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다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은 24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당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천명하며 여당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 野, ‘선 예산, 후 국조’ 조건부 동의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총을 열고 전날 국민의힘이 역제안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협의’ 카드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역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국정조사 시작에 앞서 자료 제출 요구 등 준비 작업에 통상 열흘에서 2주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음 달 초 예산안을 처리할 때까지 국정조사 준비를 마친 뒤 본격 조사 활동에 돌입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예산안과 국정조사는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국민의힘에도 국정조사에 합류할 수 있는 일종의 명분을 세워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여당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민주당 권혁기 원내대표 정무조정실장은 공지를 통해 “24일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조사 대상 범위에서도 대통령실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 與, 국조 특위 명단 제출은 미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장을 전달받은 뒤 “진전된 안을 내놓았다”고 평가하며 당 내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외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23일 의총을 열어 의원들 의견을 취합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오후 6시까지 특위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에는 “(당이 민주당 제안을) 받기로 결정해야 명단을 내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제출 시한을 지키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면서도 “국민의힘에서 국정조사에 협조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내일이라도 빠르게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 여부다. 원내 지도부는 예산안이 처리될 즈음이면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란 계산이지만, 일부 의원들은 기존의 ‘수사 완료 후 국정조사 검토’ 방침을 고수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 한 의원은 “의원들이 (민주당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특위 명단 제출 시점을 두고도 당내 이견이 예상된다. 한 의원은 “우리가 야당에 끌려갈 필요는 없다”며 “예산 처리까지 마치고 난 다음에 (명단을 제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