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줄파업 예고] 文정부때 도입한 ‘최소 운송료 보장’… “지속 논의” 합의뒤 정부-국회 허송 화물연대 “일몰 폐지하고 대상 확대”… 1년에 2차례 파업은 19년만에 처음
화물연대 “총파업 강행”… 정부 “단호히 대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 거부를 철회하라”며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4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파업 쟁점인 안전운임제를 놓고 화물연대와 정부, 화주 등 3자 간 입장 차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물연대가 6월에 총파업한 이후 5개월 만이다. 화물연대가 1년에 2차례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6월 총파업 철회 당시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지속 논의’에 합의하며 쟁점 논의를 미루며 ‘파업의 불씨’를 남겼고, 이후 정부와 여야가 책임을 서로 미루며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22일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발표했지만 쟁점별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애꿎은 기업 피해만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예견된 파업’ 막지 못한 정부·국회
안전운임제 일몰이 연말로 다가오자 화물연대는 올해 6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영구화)’를 내걸며 8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지속 논의”를 조건으로 파업을 풀었지만 이후 논의는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
이번 총파업이 사실상 예고됐다는 점에서 정부나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파업 이후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었는데도 의견 조율 과정이 부족했다”며 “이해 당사자는 5개월간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데 새로운 대안 등 진전된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 당정, 떠밀리듯 “안전운임제 3년 연장”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연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당정이 화물연대 파업 예고에 떠밀려 타협안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도 기존 품목(컨테이너·시멘트) 외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화주 측은 안전운임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주에 일방 책임을 지우는 데다 안전운임 산정 방식 등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 품목 확대도 화주 측은 반대한다. 5개 품목 차주 소득이 컨테이너·시멘트 차주 대비 양호하고 표준화·규격화도 어려워 일률적인 운임 산정이 힘들다는 이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안전운임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대화 아닌 집단행동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화물차 기사의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해 일몰(日沒)제로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