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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마블 저격 “그들은 영화배우 아니다”

입력 | 2022-11-23 08:45:00


영화 ‘킬빌’ 시리즈 등을 만든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마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영화배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마블 영화가 영화계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최근의 상황은 내게 큰 고민”이라고도 했다.

22일 할리우드리포터 등 현지 연예매체 등에 따르면, 타란티노 감독은 최근 코미디언 겸 작가인 톰 세구라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렇게 말하며 “난 마블 영화를 경멸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난 어릴 때 마블 만화책을 미친듯이 수집했다”며 “20대 때 현재의 마블 영화 같은 작품이 나왔다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 다만 다른 종류의 영화가 충분히 존재하는 가운데 마블 영화 같은 것들이 함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이 슈퍼히어로 영화에 편중돼 있다는 걸 비판한 것이다.

타란티노는 마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그는 “마블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진짜 영화배우가 아니다”며 “배우가 스타가 되지 못하고 캡틴아메리카나 토르 같은 캐릭터가 스타가 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배우 또는 스타라는 건 관객이 그 배우의 또 다른 연기 혹은 다른 작품을 보고 싶어한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샌드라 불록은 ‘스피드’에서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관객은 불록의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했다. 그게 영화배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데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한 배우가 ‘울버린’ 같은 캐릭터를 계속해서 연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타란티노가 마블과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를 비판하면서 할리우드에선 또 한 번 마블 논쟁이 불붙고 있다. 몇 해 전 마틴 스코세이지가 마블 영화를 “시네마가 아닌 테마파크”라고 비판했을 때도 제임스 건 등 마블 영화 연출자들의 반발을 불러왔었다.

이번에는 지난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한 편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주연 배우 시무 리우가 타란티노의 말을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리우는 트위터를 통해 “만약 스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 타란티노나 스코세이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라면 난 블록버스터 영화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타란티노와 스코세이지는 천재이고, 난 그들을 존경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누군가를 비웃을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영웅을 창조하고 스크린의 다양성을 확장하기 위해 오래 노력해온 사람들과 일하는 게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리우는 그러면서 “나도 할리우드 시네마의 황금기를 사랑하지만, 그건 너무 하얀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리우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하얀 지옥”이라는 말은 과거 할리우드가 극단적으로 백인 중심적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