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술을 마시고 고령의 부친을 폭행해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는 평소 부친을 혼자 부양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최근 존속살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A 씨(53)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아버지 B 씨(85)를 폭행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아들의 손에 의해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육체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반인륜성,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 씨의 폭력 전과 대부분이 음주 상태에서 일어났던 만큼, 장기간의 수형생활로 음주 습관이 교정될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기 잘못을 자책하며 참회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고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유족인 피고인의 형제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3월 5일 오후 11시 10분경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20분경까지 A 씨는 술을 마시고 취한 채 집에 들어왔다. A 씨는 B 씨에게 누적된 불만이 터져 B 씨의 얼굴 부위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졸랐다. B 씨는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부친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경찰은 A 씨의 집에서 A 씨가 범행 후 피 묻은 방바닥을 닦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흔적을 발견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 씨가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를 부검한 결과 얼굴 여러 곳에서 뇌좌상, 경추 골절 등 심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됐고, 근육 속 출혈 등 소견이 관찰된 점을 근거로 B 씨의 사인이 경부압박이라고 판단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