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외교부 제공)
러시아가 당장 다음 주부터 대유럽 가스 공급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고 경고, 겨울 추위가 시작된 유럽 에너지 시장이 다시 요동칠 우려가 있다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발단은 이날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을 독점하는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가 가스 파이프라인에서 몰도바 공급분을 가로챘다”고 비난, “오는 28일부터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앞서 러시아는 발트해를 통해 독일과 직접 연결된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터빈 고장 등을 구실로 가스 공급량을 점차 줄이다 아예 끊어 버린 바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다수의 파이프라인은 크게 △우크라이나 경유(브라더후드) △독일 경유(노르트스트림) △튀르키예 경유(블루·튀르크스트림) △벨라루스 경유(야말-유럽) 노선으로 분류된다.
원래는 소련 시절 러시아 천연가스 80%를 실어 나른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이 유일했지만, 소련 붕괴 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 국면에서 공급 위협이 반복되자 다른 노선들이 추가된 것이다.
노르트스트림이 잠기고 야말-유럽 라인도 벨라루스까지만 공급되고 벨라루스-폴란드 구간 운영이 중단되면서, 현재 가동 중인 러시아-유럽 파이프라인은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과 튀르키예 노선 뿐이다.
이 중 우크라이나 경유 노선으로 약 4Bcf/d(하루 십억 입방피트)가, 튀르키예 경유 노선으로 약 1Bcf/d가 공급되고 있다.
에너지컨설팅사 ICIS의 톰 마젝-맨서는 “가스프롬의 위협이 현재로선 우크라이나-몰도바 물량에 국한되지만, 이번 위협은 추가 감축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제기된다”고 전했다.
그는 “업계에선 러시아가 올겨울 우크라이나 경유 라인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작은 공급 감축이 빠르게 더 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우린 익히 봐 왔으며, 유럽은 지금 가장 추운 시기 공급 측면 위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럽의 가스 벤치마크 가격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8% 이상 오른 124.50유로/MWh(메가와트시)를 기록했다. 올해 8월 노르스트림1 공급 중단 때 가격은 300유로/MWh까지 치솟았었다.
한편 해당 파이프라인의 우크라이나 측 가스수송업체(GTSO)는 성명을 내고 가스프롬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가스프롬의 전격적인 이번 발표는 공교롭게도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최종 합의를 목전에 둔 시점에 나왔다.
주요 7개국(G7)은 미국의 제안으로 러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로 제한, 내달 5일부터 상한제를 실시하는 안에 잠정 합의, 유럽 시간으로 23일 유럽연합(EU) 대사진 회의에서 통과되면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러시아는 미국, 영국에 이어 EU마저 올해 6월 러산 원유 금수를 골자로 한 6차 제재에 합의하자, 그 다음 달인 7월부터 노르트스트림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해 끝내 가스관을 잠궈 버린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EU의 대러 가스 의존도는 40%로, 석유 의존도(30%)보다 높았다. EU가 가스보다는 석유 제재에 나서고, 이에 러시아가 가스로 반격해온 이유다.
G7과 EU는 EU의 6차 제재 러산 원유 수입 금지 첫 단계로 해상수입분 금수가 실제로 적용되는 내달 5일에 맞춰 유가상한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잔뜩 반발하고 있는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