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한시적으로 포함하는 조치에 대해 기한을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쏠리는 ‘역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은행채 발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자금조달 여력을 확보해달라는 취지다. 해당 의견은 금융당국을 거쳐 한국은행에 전달된 상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금융당국과의 실무 회의를 갖고 한은 적격담보부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는 기한을 기존 1월 말에서 3개월가량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주는 담보물이다. 기존에는 담보에 국채,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정부보증채, 주택저당증권(MBS)만 포함됐으나, 지난 1일부터 은행채와 공공기관 발행 채권도 포함됐다.
은행들은 대출 담보로 은행채를 한은에 납입하는 대신, 고유동성 자산에 속하는 국채를 보유하게 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또 은행채를 추가 발행해 자금 조달해야 하는 부담도 덜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채·여전채 수요가 위축되는 ‘구축효과’도 막을 수 있다. 이 조치는 특수한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해당 조치에 대한 기한을 더 연장해달라고 한 이유는 여전히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기업대출은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의 위축 영향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6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7000억원 늘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리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사용해야 할 자금을 모두 예금으로만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와 제2금융권 예금금리까지 끌어올려 건전성을 악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예금쏠림 현상을 심각하게 보고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도 내린 상태다.
다만 적격담보증권 은행채 포함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금통위 의결이 필수적이다.
이외에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허용해달라는 입장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은행채 발행을 조금이라도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금조달에 대한 물꼬를 트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은행권과 논의 중이라고 말하며,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은행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은행들로부터 추가 건의사항을 받고 있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