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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별장 등에 4000억 ‘펑펑’… “FTX는 개인 봉토였다”

입력 | 2022-11-23 14:15:00


AP뉴시스 


“FTX는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개인의 봉토(fiefdom) 같았다.” 

2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 법원에서 FTX 파산보호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에서 담당 변호사 제임스 브롬리는 “FTX 사태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급작스럽고 복잡한 기업 붕괴 사건”이라며 실패의 원인으로 소수 경영자의 실패한 리더십을 꼽았다. 또 그는 파산신청 직후 FTX 자산의 상당한 액수가 사라졌고, 도난이 의심된다고도 밝혔다.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금융 당국이 6600억 원 규모의 FTX 자산을 압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 자산 상당 규모가 도난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 및 사이버범죄 수사 당국이 범죄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심문에서 FTX 자산 전체 평가액은 해외 사업에서 320억 달러, 미국 사업에 80억 달러로 한 때 400억 달러(54조 원)까지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자체 발행 코인이 폭락하는 등 자산 가치가 급락한 데다 뱅크런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파산절차 과정에서 새 경영진은 FTX 뱅크런 단초를 제공한 바이낸스와 FTX와 거래 내역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리된 재무제표는 내년 1월이나 되어야 나올 전망이다.  

브롬리는 “FTX에서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로 실질적인 자금이 이전됐고,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대규모 지출이 단행됐다”며 창업자와 친구들로 이뤄진 소수의 경영진이 바하마 고급 별장과 휴가 프로젝트 등에 회삿돈 3억 달러(4000억 원)를 썼다고 언급했다. 

처음 파산신청 서류에서 확인됐던 현금보다 더 많은 14억 달러(1조9000억 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부는 상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상위 50명 채권자에 갚아야할 부채가 최소 31억 달러(4조2000억 원)에 달하는 등 100만 명 피해자 전원을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권위 있는 미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캐피털이 FTX에 투자한 1억5000만 달러(2036억 원) 손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사과하며 “기업실사를 까다롭게 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바하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뱅크먼프리드 창업자는 이날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600억 달러(81조 원) 담보가 90억 달러(12조2000억 원)로 폭락해 죄송하다”며 올봄 코인 폭락으로 300억 달러(40조5000억 원)가 됐고, 이후 신용경색 등으로 90억 달러까지 추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파산보호신청 서류에 사인하고 8분 후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이 투자가 FTX를 살릴 수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편지를 공개한 블룸버그통신은 “뱅크먼프리드는 투자를 받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하지만 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보면 (FTX 붕괴 원인은) 깊은 문제를 지닌 혼란스런 조직이 문제로 지목된다”고 평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