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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단수’ 완도, 지금도 씻을 물 부족한데…‘곧 6일 단수’ 흉흉한 소문

입력 | 2022-11-23 14:16:00

23일 오전 전남 완도군 금일면 화목리에서 만난 세탁소 주인 김상순씨(70)가 불가피한 영업 중단에 따른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씨가 거주하는 금일도에는 지난 7일부터 제한급수(2일 급수, 4일 단수) 조치가 내려져 있다. 2022.11.23/뉴스1

23일 오전 전남 완도군 금일면 화목리에서 만난 곽위선 씨(60)가 옥상 위에 놓여있는 물탱크를 바라보고 있다. 곽 씨가 거주하는 금일도에는 지난 7일부터 제한급수(2일 급수, 4일 단수) 조치가 내려져 있다. 2022.11.23/뉴스1


“가족들 씻을 물도 부족한데 어떻게 빨래를 돌려요.”

50년 만 최악의 가뭄 사태로 전남 완도군 주민들이 생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23일 전남 완도군 금일도 화목리의 한 세탁소. 마을 주민 네다섯명이 가게 안에 옹기종기 모여 제한급수 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6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금일도는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부터 단수가 4일간 다시 시작돼 주민들은 ‘물 아껴쓸 방법’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곽위선씨(60)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하고 식기를 다 쌓아 놨다가 받아 놓은 물에 한번에 설거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씻는 물도 들이붓는 것이 아니라 손에 묻혀서 닦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 직원들이 수십 번 왔다 갔는데 방법이 없다. 몇 주째 이야기만 해대고 있는데 대책이 없으니 말하기도 지쳤다”며 “단수가 되면 화장실 물도 제대로 못 내린다. 냄새 등 불편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닌데 어떡해야 하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 가운데 세탁소 주인 김상순씨(70)의 표정이 유독 어둡다. 김씨가 몇분째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나는 돈벌이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소 옷가지가 잔뜩 쌓여 있었던 다리미 판은 텅 비어있고 말라버린 세탁기 안에는 지난 몇 주간 처리하지 못한 빨래감이 가득하다.

김상순씨는 “물이 없으니 빨래 자체를 못한다. 가족들이 씻을 물도 부족하기에 손님 받겠다고 세탁기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탁소는 다른 곳보다도 ‘물’이 필수지 않냐. 언제 물이 끊길지 모르니 아예 일을 못한다”며 “주민들도 세탁소가 가장 걱정스러운지 와서 ‘괜찮냐’고 묻는다. 덕분에 가게가 사랑방으로 전락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은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안윤희씨(49·여)도 마찬가지다.

안씨는 단수에 앞서 3톤짜리 커다란 물탱크를 구비해 물을 가득 받아둔 상태다.

그는 “3톤이면 지금까지 정해둔 손님 몇 받고, 씻고 생활하는 데 겨우 딱 맞는 물양”이라며 “혹시나 나중에 물이 모자라 손님 못 받을까 걱정이다. 식당이나 세탁소, 미용실 등은 물이 없으면 생업에 지장이 간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 마을에서 곧 ‘6일 단수’로 전환된다는 말도 돌고있다. 그때 되면 분명 3톤이 부족할 텐데 물탱크를 하나 더 구비할지 고민 중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긴급 급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세상이 변하는 게 이제 시작 아니냐”며 “단수가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완도군 정수장별 저수율 현황은 35.94%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넙도 5.62% △약산 해동 20.21% △소안 미라 6.24% △보길 부황 49.31% 등이다.

척치저수지와 용항저수지 등 금일도 내 저수지 2곳의 저수율은 각각 4.31%, 10.2%다.

두곳에는 15톤 규모의 급수차 5대가 매일 4회 입도해 인근인 생일도에서 받아온 물을 300톤씩 보충하고 있다.

(완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