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 시간) 브라질 최고선거법원 직원들이 30일 결선 투표를 앞두고 전자투표기 봉인 작업을 하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자유당은 22일 전자투표기 결함을 주장하며 투표 무효화를 요구했다. 브라질리아=AP 뉴시스
지난달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 전자투표기에 결함이 있었다며 최고선거법원에 공식 이의를 제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소속된 사회자유당(PSL)을 비롯한 우파 연합은 “개표 감사 결과 (일부 전자투표기에서) 심각한 오작동 징후를 발견했다”며 투표 무효화를 요구하는 33페이지 분량 서류를 최고선거법원에 이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우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결선투표에서 득표율 약 1.8%포인트 차로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졌다. 그는 “헌정 질서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며 권력 이양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지만 공식적으로 패배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의 제기가 대선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고선거법원에서 당선인을 발표한 데다 동맹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도 룰라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라 지 모라이스 최고선거법원장은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1차 대선 투표 결과를 비롯해 자유당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추가 자료를 24시간 안에 제출해야”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1일(현지 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브라질 트럭 운전기사들이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뜻으로 타이어에 불을 질러 고속도로 통행을 막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야당 유력 정치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의 제기를 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정치학자 에두아르도 멜로는 FT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야권 반(反)룰라 진영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기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지 세력이) 현 선거 제도에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 당선인의 노동당(PT)을 비롯한 좌파 진영은 강하게 비판했다.
3주째 대선 불복 시위 중인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시위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11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시위로 고속도로 18곳 통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옥수수를 포함한 농산물 운송과 의료 서비스 지연 같은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