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대국민 담화를 밝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소주병을 던져 경호원이 경호를 하고 있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을 던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남성이 과대망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과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형 이유로 들었다.
대구고법 형사2부(양형희 부장판사)는 23일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에게 소주병을 던진 혐의(특수상해미수)로 기소된 A 씨(47)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지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데다 별다른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미필적 고의로 범행한 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과대망상 상태에서 범행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A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인혁당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던질 소주병뿐 아니라 경호를 위해 설치한 철제 펜스와 연결된 케이블을 끊기 위해 쇠톱, 커터칼, 가위도 준비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18일에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임동한)는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내가 관리하는 인민혁명당 홈페이지를 알리기 위한 것일 뿐 상해를 입힐 목적이 아니었다. 앞으로 홈페이지 홍보라는 허황된 생각을 접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장애를 고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체포된 직후 경찰 및 검찰 등 조사 단계에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인정하는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상해를 가하려 한 범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별다른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