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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마크롱 사칭 러 코미디언 전화에 속았다

입력 | 2022-11-23 14:56:00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GettyImages)/코리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에게 속아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렉서스(알렉세이 스토랴로프)는 러시아 영상 사이트인 ‘루튜브’를 통해 두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폴란드 대통령실도 두다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 사칭범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통화는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진 지난 15일 이뤄졌다. 두다 대통령은 7분 3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마크롱, 전화해줘서 정말 고맙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영토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을 러시아 책임이라고 보느냐는 통화 상대의 물음에 “아니다”고 답했다.

두다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스톨텐베르그 총장과 나토 조약 4조 절차 시작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두다 대통령은 “4조만 말하는 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5조는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렉서스(알렉세이 스토랴로프). ⓒ(GettyImages)/코리아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낸 러시아 코미디언이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에마뉘엘, 저를 믿으세요. 저는 특히 조심하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세계 정상들의 전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두다 대통령이 수상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사칭 전화를 건 이들이 어떻게 대통령과 통화 가능한 연락처를 얻었는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코미디언들은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척하면서 전화한 적 있으며 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이들의 영상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