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백 前 독립운동사연구소장 ‘일본 침탈사’ 통해 軍역할 재조명
신주백 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18일 서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책 ‘일본군의 한반도 침략과 일본의 제국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영국 등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배 때 주로 선교사나 민간인이 먼저 진출한 뒤 군이 뒤따라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반면 일제는 군을 먼저 보내 침략한 뒤 민간인이 이주했어요. 식민 지배를 받는 국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신주백 전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장(59)이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18일 열린 학술대회 ‘일제 지배정책 연구의 현황과 과제’에서 일제가 일본군을 앞세워 한반도 등 식민지를 지배하는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신 전 소장은 지난해 12월 출간한 ‘일본군의 한반도 침략과 일본의 제국 운영’을 통해서도 일본 침탈사(史)에서 군의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신 전 소장은 23일 인터뷰에서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1909년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벌였던 이른바 ‘남한대토벌작전’”이라고 했다. 당시 호남 내륙에 일제가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던 건 일본군이 의병 탄압을 명목으로 진행한 토벌작전을 통해 무력 진압한 뒤 일본 민간인의 대규모 이주를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일제가 청과 마찰을 빚던 간도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한일병합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며 “일제는 대만 등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침략 및 식민 지배 행위를 이어갔다”고 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신 전 소장의 연구를 포함해 일본의 침탈사를 다룬 연구총서 편찬 사업을 2019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편찬위원장인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활발히 연구돼 왔으나 일제 군과 경찰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배 정책에 대한 연구가 다소 부족했다”며 “신 전 소장 등의 연구는 이런 부분을 채워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