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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0.25%p 인상 유력

입력 | 2022-11-24 05:53:0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 스텝’ 단행이 유력시 되고 있다.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소비자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한풀 꺾이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자금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한은이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게 되면 2012년 7월(3.25%) 이후 10년 4개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또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24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까지도 5%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한국과 미국 내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원화 약세가 다시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번에 또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올해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이어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반면, 당초 시장에서 제기됐던 ‘빅스텝’ 가능성은 낮아졌다. 지난달 빅스텝의 주요 근거가 됐던 환율이 큰 폭 하락한 데다 물가도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한은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융 안정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0.25%포인트 인상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 투자자·애널리스트 등 채권 업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9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70%가 0.25%포인트 인상을, 29%가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 물가가 지속될 수 있어 과감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5.7% 오르며 석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6월(6.0%), 7월(6.3%) 2개월 연속 6%대까지 치솟았다가 8월(5.7%) 7개월 만에 꺾인데 이어 9월(5.6%)까지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가 지난달 다시 확대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내려가는 등 꺾이고 있지만, 겨울철 앞두고 난방수요가 커질 경우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고 환율도 1350원대로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이번달 1개월 만에 소폭 하락 전환했지만 5개월 연속 4%대를 지속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2%로 나타났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며 소비심리는 지난 6월부터 6개월 째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나타나 전달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6개월 연속 100 아래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 냉각, 대출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가계대출은 감소 전환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가계대출은 3000억원 줄어든 175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큰 폭 늘어나면서 카드사와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보다 2조2000억원 늘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미 연준의 정책금리는 연 3.75~4.0%로 다음달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빅스텝’을 밟게 더면 연말 금리가 4.25~4.5%가 된다. 이 경우 한국 과의 금리 역전폭이 현재 1.0%포인트에서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최근 주춤했던 원화 약세가 다시 심화될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총재도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에 비해 환율이 안정된 것은 좋은 뉴스”라며 “미 통화정책 변화가 있으면 (우리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개회사에서도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stress)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문제에 우려하고 있으며, 물가 안정시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1440원선을 돌파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최근 피봇(정책 선회) 기대감에 1350원대로 내려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351.8원에 마감했다. 이달 초 1420원선 이었던 것과 비교해 70원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9월 28일 장중 1422.2원까지 올라가는 등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6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0월에는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환율 대응을 위해 인상 폭을 이례적인 수준인 0.5%포인트로 확대한 바 있으나, 이후 외환시장의 여건도 크게 안정되면서 0.25%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고, 환율을 비롯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한 명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발표된다.

한은은 앞서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6%, 2.1%로 내다봤다. 또 소비자물가도 올해와 내년 각각 5.2%, 3.7%로 전망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11월 수정경제 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잠재 성장률(2%) 보다 낮은 1%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소비자물가는 8월 전망치와 비슷한 3% 중후반 수준으로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0.4%포인트 낮췄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가 제약되고 반도체 경기도 하락하면서 수출 둔화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오늘 금통위에서 발표될 수정전망에서 높은 물가와 경기둔화로 인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 후반대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지난 8월 전망한 수준인 3% 중후반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