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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차군단 무너뜨린 아사노 축구선생님 “18번이 자랑스럽습니다” [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입력 | 2022-11-24 08:18:00


23일 일본과 독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아사노 다쿠마(일본)에게 어린 시절 축구를 가르친 시미즈 야스히로 씨와 그의 아들 시미즈 유토, 아사노와 어린 시절 같이 축구를 했다는 친구 카즈요시 하기(왼쪽부터). 이날 이들은 아사노의 등번호인 1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가 치러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을 찾았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이 ‘18번’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일본이 독일을 2-1로 꺾은 23일,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앞에서 만난 시미즈 야스히로 씨(54)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18번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18번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8분 결승골을 터뜨린 아사노 다쿠마(28·보훔)의 등번호다. 아사노를 응원하는 일본의 평범한 팬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시미즈 씨와 함께 이곳을 찾은 카즈요시 하기 씨(28)가 “이분은 다쿠마의 축구 선생님이었어요. 저는 다쿠마랑 동갑 친구인데 어릴 때 시미즈 선생님 밑에서 같이 축구를 했어요”라며 웃었다.

18번이 새겨진 아사노 다쿠마의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을 마킹한 시미즈 씨. 자신의 제자인 아사노가 월드컵에서 잘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다시 보니 시미즈 씨와 그의 아들 시미즈 유토 씨(31), 카즈요시 씨 모두 아사노의 ‘18번’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등에는 각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 아사노의 18번 유니폼에 각자의 이름을 새겨 제자, 친구가 월드컵에서 잘 되길 바라는 마음들을 담았다고 했다. 아사노가 자신의 월드컵 첫 데뷔무대에서 일본 축구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할 중요한 활약을 펼쳤으니 이들의 바람이 하늘에 닿은 셈이다.

시미즈 씨는 아사노가 유소년 시절(6~12살)에 6년 동안 축구를 지도했다고 했다. 지금도 아사노의 고향이기도 한 일본 미에현 고모노에서 ‘페르나 축구 클럽(PERNA SC)’의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 시미즈 씨는 “유소년부터 성인 팀이 다 있다. 축구의 기본기부터 전술 등 다양한 부문을 배우는데 아사노도 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나이대가 비슷해 자신도 어린 시절 같이 축구를 했다고도 덧붙였다.

시미즈 부자에 따르면 아사노는 어릴 때부터 축구신동이었다. 시미즈 씨는 “체구는 작았지만 발이 특히 빠르고 기본기가 좋았다”고 했다. 아들 시미즈 씨도 “3살 어린데도 나보다 실력이 좋았다. 승부욕도 있어 잘될 줄 알았다”고 했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사노 다쿠마. 23일 독일과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아사노는 1-1로 맞선 후반 38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전차군단을 무너뜨렸다. 아사노 다쿠마 인스타그램

시미즈 부자의 설명대로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아사노는 독일의 센터백 안토니오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와 공을 다투던 과정에서 크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을 겪었다. 아사노와 함께 뛰던 뤼디거가 과장된 동작으로 아사노를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이다. 절치부심하던 아사노는 후반 38분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6·바이에른 뮌헨)의 코앞까지 돌파해 오른발 강슛으로 독일 골 망을 가르며 제대로 되갚아줬다.

2013년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에서 프로에 데뷔한 아사노는 2015년 32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으며 J리그 영 플레이어상(신인상)을 받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2016년 아스날(잉글랜드)과의 계약을 통해 유럽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시즌부터 보훔에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7경기에서 1골을 기록 중이다. 시미즈 씨는 “월드컵을 앞두고 아사노가 뭔가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오늘 후반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사노가 해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잘해서 일본의 토너먼트 진출에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하=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