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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비난해 징역형 선고받은 교사…44년만에 명예회복

입력 | 2022-11-24 09:15:00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5자 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공작사건 진실규명에 대한 안건이 포함됐다. 2022.11.22/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공산주의를 찬양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교사가 44년 만에 명예 회복을 하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4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45차 회의를 열고 ‘긴급조치 제9호 및 반공법 위반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을 “국가는 교사 A씨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978년 대전의 공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수업 중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사실을 왜곡·전파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6월, 자격정지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 청원권 등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해서 지난 2013년 3월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했다. 또 2013년 4월 18일 대법원 역시 위헌·무효라고 결정한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수사기관이 A씨를 불법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했을 뿐 아니라 당시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참고인들에게 수사관이 원하는 대답을 하도록 강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가 검거된 시점으로 비춰봤을 때 사건 발생 48시간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봐, 긴급 구속에 따른 사후 구속영장이 아닌 통상적인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대한 긴급구속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그에 따른 구금 역시 적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실화해위는 재판과정에 증인으로 참여했던 고등학생들이 “경찰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학생들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번복하지 못했다” “경찰 조서에 진술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던 기록 역시 확인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수사기관의 불법체포,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처벌받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재심을 통해 피해자와 가족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