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부터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누적된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연준 내 상당수가 ‘속도조절론’에 뜻을 모았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의사록에서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중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기준선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말이 경기침체 확률을 50%로 내다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FOMC 참석자들은 고물가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누적된 긴축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는 의미다. 일부 참석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미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정도를 초과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금융 안전성을 위해 누적된 긴축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의 목표치인 2% 물가상승률이 2025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고물가의 고착화로 최종 금리는 이전 예상치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한 내용이다. 연준의 지난 최종금리 예측치 중간값이 4.6%임을 감안하면 내년 5%대 금리 인상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은 24만 명으로 지난 주에 비해 1만7000명 증가했다. 최근 석달 동안 최대치지만 여전히 강력한 노동 시장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력한 노동시장은 임금 인상을 인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함에 따라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지수는 연준 의사록 발표 직후 하락해 전일 대비 1.05% 하락한 106.10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