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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첫 女사장 이정애, ‘18년 차석용 LG생건 체제’ 어떻게 바꿀까

입력 | 2022-11-24 14:19:00


무려 18년 동안 LG생활건강 최장수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 온 차석용 부회장이 전격 용퇴하고, 새 사령탑 자리에 LG그룹 사상 첫 여성 사장이 내정되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차 부회장은 ‘차석용 매직’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LG생건의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 받아 외부 영입 인사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던 스타 경영자다.

차 부회장 취임 이후 단 한 번의 꺾임 없이 수직 성장하던 LG생건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40% 이상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이유로 LG그룹이 18년 만에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2005년 만 51세 나이로 CEO 자리에 올라 현재 69세가 된 차 부회장의 나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업 정년이 60세인 점을 고려할 때 차 부회장은 정년보다 10년을 더 재직한 셈이다.

재계에서도 이번 인사에 적잖이 놀란 기색이다. LG그룹 내에서 신임이 두터웠던 차 부회장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퇴임한 점과, 보수적 기업으로 이름난 LG그룹이 처음으로 여성을 사장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포스트 차석용으로 낙점된 이 신임 사장이 앞으로 LG생건에 어떤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정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 LG생건의 주요 3개 사업 부문을 모두 거친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그는 업계에서 ‘마케팅 통’으로 유명하다. 1986년 입사 이후 생활용품부터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까지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능력을 인정 받아 승승장구했다.

특히 뷰티 부문 핵심 사업인 럭셔리 화장품 ‘후’, ‘숨’, ‘오휘’ 브랜드를 성공시켜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린 점에 대한 평가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차별화된 럭셔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 2016년 단일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2018년엔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음료 사업 부문에서도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주요 타깃층에 특화된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야외 활동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효과가 빛을 발하며 지속 성장했다.

이 신임 사장의 첫 번째 과제는 단연 실적 회복이다. 향후 중국의 영향으로 또 이런 사태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다.

중국의 봉쇄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무려 17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던 LG생건은 지난해말부터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조231억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감소 폭이 더 확대됐고 영업이익은 약 5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에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차 부회장이 선택한 전략은 일본과 북미 시장 등 해외 영역을 늘리고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인수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차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이 신임 사장이 녹록지 않은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도 마케팅과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 포스트 차이나로는 어느 시장을 점찍고 집중 공략할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 내부에서도 대체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면서도 ”LG생활건강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세대 교체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여성 임원이 사장 자리에 오른 만큼 부진한 화장품 사업을 어떤 방법으로 끌어올릴 지 궁금하다”며 “한편으론 신임 사장이 차석용 18년 체제로 굳어진 조직 문화를 쉽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