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야수들의 대이동에 이어 올해는 포수 대이동이 현실화됐다. 주전급 포수들이 대거 풀린 FA 시장에서 모두 새 팀으로 옮기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24일 현재까지 KBO리그 FA 시장에 나온 21명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이 계약을 완료한 가운데, 이 중 4명이 포수다. FA시장에 나온 양의지(35·NC→두산), 유강남(30·LG→롯데), 박동원(32·KIA→LG), 박세혁(32·두산→NC) 등 4명 모두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옮겼다.
포수 FA 4명의 계약 총액은 343억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80억원을 넘기는 큰 금액이다. 현재까지 퓨처스 FA를 포함해 제외하고 682억3000만원의 누적 총액을 기록 중인데, 절반 수준의 계약액이 포수 4명에게 집중됐다.
가장 먼저 계약이 이뤄진 것은 유강남이었다. 강민호(삼성)를 FA로 떠나보낸 뒤 오랫동안 포수에 목말라 있던 롯데가 적극적으로 영입의사를 타진했고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을 성공했다. 연평균 20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이지만 포수 FA 중 가장 어린 만 30세의 주전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당할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올 시즌까지 유강남을 주전으로 쓰던 LG는 롯데의 배팅에 대응이 쉽지 않았다. 샐러리캡(총연봉 상한) 때문이었다. 문보경, 문성주, 김윤식 등 올해 성과를 낸 젊은 선수들의 연봉 상승은 물론 내년 이후 오지환, 고우석 등 핵심 선수들의 FA까지 대비해야했기에 높은 금액을 부르기가 어려웠다.
LG 트윈스에 새 둥지를 튼 박동원. (LG 제공)
이어진 계약은 ‘최대어’ 양의지였다. 내년이면 만 36세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올해도 여전히 리그 최상위급 포수로 군림했기에 많은 팀들이 군침을 흘렸다. 원소속팀 NC와 4년 전 NC에 양의지를 빼앗겼던 두산의 ‘2파전’이었는데, 이승엽 신임 감독을 선임한 두산이 ‘머니게임’에서 승리했다.
4년만에 두산으로 돌아온 양의지. (두산 제공)
양의지 영입을 최우선 순위로 놓았던 NC는 한순간에 포수가 최대 약점이 됐고 보강이 불가피했다. 결국 남아있던 포수 FA 중 가장 후순위로 평가되던 박세혁에게 접근했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박세혁의 계약은 포수 FA 중 가장 적은 규모인데 그럼에도 4년 최대 46억원이다. ‘금값’으로 불리는 포수의 가치를 다시금 절감하게 한 것이다.
NC 다이노스와 FA 계약을 맺은 박세혁. (NC 제공)
결국 NC와 두산은 주전 포수를 서로 맞바꾼 셈이 됐다. 다만 양의지는 FA 재자격을 얻었기에 B등급, 박세혁은 A등급으로 양 팀 간 보상 규모는 NC가 좀 더 크다.
숨막히던 포수 FA 전쟁은 막을 내렸지만 ‘포수 대이동’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를 통한 추가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KIA가 키움에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유망주 포수 주효상을 받아오는 트레이드가 진행되기도 했다.
강민호와 김태군, 김재성 등 준수한 포수를 3명이나 보유한 삼성을 상대로 한 트레이드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효상을 영입했지만 아직 확실한 주전포수를 구하지 못한 KIA, 통합 우승팀이지만 이재원, 김민식의 포수 라인이 다소 불안한 SSG 등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