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전력 공급이 끊긴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거 단지에서 자동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2022.11.24.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전력 및 에너지 기간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집중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이웃 국가 몰도바까지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테러로 규정하며 유엔에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3일에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약 70기를 쐈다. 이 중 51기는 방공망에 요격됐지만 나머지는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 르비우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 주요 도시 전력 시설에 떨어져 도시 전체 또는 일부가 정전됐다. 이날 공격으로 최소 1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남서쪽 국경을 맞댄 몰도바 일부 지역도 정전을 겪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민간인 사살과 도시 인프라 파괴는 테러”라며 긴급 안보리 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고전하는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에너지 생산시설을 파괴하는 끔찍한 공격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유럽)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 안전사고 위협을 증가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미사일 공격이 자포리자 원전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긴급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 지대공 방공미사일을 포함한 4억 달러 규모 추가 안보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이 패키지에는 러시아군이 공격에 활용하는 이란제 드론(무인항공기) 격추용 대공포 150문과 첨단 지대공 미사일시스템 나삼스(NASAMS)가 포함된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미 국방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군이 핵무기 사용에 앞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독극물 테러를 가할 때 사용한 신경작용제 노비촉 같은 화학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동유럽에 러시아의 화학무기 공격 대응팀을 파견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