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한방에 때려눕히겠어” ‘딸바보 아버지’ 대통령은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들의 자식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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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가족. 왼쪽부터 멜리사 코언-아들 헌터 바이든 부부, 보, 나오미, 조-질 바이든 부부, 메이시, 피니건, 헌터, 나탈리, 딸 애쉴리 바이든-하워드 크레인 부부. 보, 나오미, 메이시, 피니건은 헌터 바이든의 자녀이고, 헌터, 나탈리는 2015년 세상을 떠난 아들 보 바이든의 자녀. 이밖에 헌터 바이든이 혼외관계에서 낳은 자녀가 한 명 더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나오미, 할아버지다. 사랑한다는 말하러 전화했다. 우리는 지금 막 아이오와에 도착했다. 시간 되면 지금 뭐하는지 알려다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녀 나오미의 휴대전화에 남긴 음성 메시지입니다. 2020년 대선 때 나오미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들을 공개했습니다. 바쁜 유세 일정 중에도 손녀의 안부를 챙기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틈만 나면 손주들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where are you?” 직역을 하자면 “너 어디 있니”이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지금 뭐해”라는 일상적인 안부의 의미로 쓰입니다. 가족과 냉랭한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따뜻한 할아버지상을 부각시키려는 바이든 진영의 선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7명의 손주들을 두고 있습니다.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손주들을 돌봐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책임감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딸과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아들 중 한 명은 뇌종양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아들 한 명은 문란한 사생활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나오미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매일 저녁 10시 손주들이 집에 잘 들어왔는지 꼭 확인 전화를 돌리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백악관 회의 중이라도 손주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바깥으로 나와 통화를 합니다. “가족과의 짧은 대화를 기다려주지 못할 만큼 이 세상에 바쁜 일은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입니다.
이렇게 손주들에게 찐사랑을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이니 첫 손주 나오미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백악관을 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 나오미는 백악관 사우스론에게 약혼자 피터 닐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대통령 가족의 백악관 결혼식을 두고 “공사 구분을 못한다”고 탓하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오히려 백악관에서 오랜만에 열린 경사스런 가족 이벤트를 축하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운영자이지만 한 가족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가족 사랑을 알아봤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막내아들 토머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 에이브러행 링컨 도서관 홈페이지
(사랑이 자식을 부모와 묶어주는 사슬이 돼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농부이자 목수였던 아버지는 그가 책을 펼 때마다 일을 거들지 않는다고 혼냈습니다. 아버지가 학교를 못 다니게 하면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링컨 대통령은 7세가 될 때까지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정치인으로 성공했습니다. 서운함 때문에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자녀 양육을 ‘hands’(손)로 표현합니다. 자녀 일에 열성적으로 관여하고 훈육하는 스타일을 ‘hands-on parents’(손을 움직이는 부모), 많은 자유를 주는 스타일을 ‘hands-off parents’(손을 떼는 부모)라고 합니다. 링컨 대통령은 ‘hands-off’ 스타일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친구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It is my pleasure that my children are free, happy, and unrestrained by parental tyranny.” “내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고 거리낌 없이 자라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라고 했습니다. 현대 교육학자들은 “tyranny”(티러니)라는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부모의 관여를 “폭압”이라고 할 만큼 링컨 대통령은 자녀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자식을 혼내는 일도 없었습니다. 4명의 아들을 뒀던 링컨 대통령은 병과 사고로 2명을 잃었습니다. 남북전쟁 중에 7살짜리 막내아들 토머스가 백악관 식솔들을 동원해 전쟁 훈련을 하는 장난을 쳤습니다. 군부에서 떼를 써서 얻어온 진짜 총을 식솔들에게 나눠주고 사격 훈련을 시키고 보초를 서게 했습니다. 부인 메리 토드 여사가 아들을 따끔하게 혼내줄 것을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링컨 대통령은 허허 웃고 지나갔습니다.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의 링컨 대통령 저서 ‘팀 오브 라이벌즈’(Team of Rivals)에 따르면 그는 부인에게 “사랑만이 자식을 부모와 묶어주는 사슬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chain’에는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자유방임적 자녀관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그가 자라온 성장환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는 것이 현대 교육학자들의 견해입니다.
1965년 백악관에서 열린 투표권법 서명식에서 당시 18세이던 린든 존슨 대통령의 딸 루시 (오른쪽 4번째))가 아버지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린든 존슨 도서관 홈페이지
(루시, 모든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면 너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단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처럼 자상한 부모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국정을 통한 산교육을 실천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법인 민권법이 둘째 딸 루시의 생일에 존슨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법안 서명식 날인 1964년 7월 2일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백악관 메모지에 쓴 편지에서 “you have given us nothing but pride and pleasure”(너는 우리 부부에게 자부심이자 기쁨)라며 딸의 17세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이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It doesn‘t matter what color you are. It doesn’t matter what your ethnicity is.” “이제 이 나라에서는 피부색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법적 평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어 나오는 “Luci, if you don‘t have an opportunity to take advantage of all the education you can, you’ll never be your best”라는 구절은 민권법의 의의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대목으로 꼽힙니다. 존슨 대통령은 이듬해 민권법보다 진일보된 투표권법을 서명할 때는 아예 딸 루시가 서명식에 직접 참석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You’ll need a new nose, a lot of beefsteak for black eyes, and perhaps a supporter below.”
(당신은 새로운 코가 필요할 것이다. 멍든 눈을 위한 비프스테이크와 아마 압박대도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부모의 과한 사랑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hands-on’ 부모였습니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참전 등 역사적 결정 때마다 냉정한 판단력을 보여줬던 그가 물불 안 가리고 흥분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딸 문제였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외동딸 마거릿은 소프라노 성악가였습니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TV 라디오에도 자주 출연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마거릿을 정치행사에 데리고 다니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그럴 때마다 언론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마거릿의 노래 실력이 좋기 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습니다. 1950년 워싱턴포스트는 컨스티튜션 홀에서 열린 당시 26세의 마거릿의 독창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지만 노래는 잘 부르지 못했다. 평범한 실력으로 일관했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딸에 대한 언론 기사를 열심히 모으던 트루먼 대통령은 이 기사를 보고 화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당신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폭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코뼈를 부러뜨려 놓을 테니 ‘new nose’(새 코)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black eyes’(멍든 눈)를 치료하기 위해 비프스테이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에는 상처 부위에 차가운 날고기를 얹어 붓기와 멍을 빼는 민간요법이 있습니다. 배에도 일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supporter’(압박대)를 차고 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경쟁지 워싱턴타임스가 편지를 입수해 먼저 공개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인기가 급락했고 1952년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딸을 위해 쓴 편지는 결국 딸을 음악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마거릿은 이후 배우로 전향했고 방송인, 작가 등으로도 활동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이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 열린 해외 주둔 장병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모습. 국방부 홈페이지
정치인들은 과연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워싱턴은 저녁 시간에 막후 협상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후 6시 사저로 칼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가정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규칙을 임기 8년 동안 지켰습니다. 보좌관이나 지인들도 대통령의 저녁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해외 주둔 장병들을 위한 타운홀 미팅에서 저녁 식사 시간을 소개했습니다. 자녀들이 열중하기 쉬운 TV와 휴대전화를 멀리 하게 하고 대화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I’m a big believer in not getting the TV trays out and watching the Kardashians, You sit down, leave your cell phones somewhere else and we’ll have a conversation.”
(나는 식사 때 TV를 켜고 카다시안을 시청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열렬한 신봉자다. 우리 애들은 식사 테이블에 앉으면 휴대전화는 다른 곳에 둬야 한다.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다)
‘get the TV tray out’은 ‘TV 선반을 꺼내다,’ 즉 ‘TV를 켜다’는 뜻입니다. ‘Kardashians’는 미국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는 킴 카다시안 가족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카다시안 가족 따라잡기)를 줄여서 부른 것입니다. 휴대전화를 수중에 지참하지 않고 다른 곳에 두고 올 때 ‘leave cell phone’이라고 합니다. 집에 두고 왔으면 “I left my cell phone at home”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하고 나온 음식점에 두고 왔으면 “at the restaurant”이 됩니다.
실전 보케 360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 왼쪽부터 첫째 말리아, 미셸 여사, 둘째 샤샤. 미셸 오바마 인스타그램
신작 홍보를 위해 북투어도 하고 언론 인터뷰도 열심히 하고 있는 미셸 여사는 두 딸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현재 24세, 21세인 두 딸은 독립해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첫째 말리아는 할리우드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고 둘째 샤샤는 LA 소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다닙니다. 미셸 여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y’ve got each other’s backs.”
(애들은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한국말로 “백이 든든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뒤에 든든한 보호막이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도 비슷합니다. ‘back’은 명사로 쓸 때 ‘등’ ‘허리’를 뜻합니다. ‘버팀목’이라는 의미입니다. 곤경에 처한 상대를 도와주고 싶을 때 “don’t worry. I’ll get your back”이라고 합니다. “걱정 마. 내가 너의 등이 돼주겠다” “보호해주겠다”는 뜻입니다.
중간에 ‘on’이 들어가서 “get on your back”이 되면 “등에 올라타다“ 즉 “성가시게 굴다”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상대가 귀찮게 굴면 ‘on’의 반대인 ‘off’를 써서 “get off my back!”(내 등에 떨어져!)이라고 하면 됩니다. 조금 다른 경우로 상대에게 다시 연락할 때 “get back to you”라는 합니다. 이 때는 ‘back’이 형용사로 ‘다시’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0월 18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주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0월 코네티컷 주립 어린이집 시설인 캐피톨어린이발달센터를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17/109751548/1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군보좌관 진급식에 참석한 군 가족 자녀들에게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구경시켜 주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손자 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같다”는 평이 많았습니다.실제로 7명의 손자 손녀를 둔 바이든 대통령은 ‘손주 바라기’로 통합니다. 졸업식 입학식 운동경기 등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고 손주 전용 채팅방까지 마련한 신세대 할아버지입니다.
“Anyone who wants to get to Joe Biden will have to get past us first.”
(조 바이든에게 도달하려는 사람은 먼저 우리를 지나가야 한다)
손주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대장격인 나오미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갱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보스를 만나려면 우리를 먼저 통과해야 돼”라는 대사가 나오죠. “할아버지 바이든은 우리 손주들이 호위무사처럼 지킨다”는 뜻입니다. ‘get past’는 ‘곁을 지나가다’ ‘통과하다’라는 의미입니다.
“No matter your best-laid plans, reality has a way of intruding.”
(너희가 어떤 훌륭한 계획을 세웠든 간에 현실이 방해하곤 할 것이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오미의 대학 졸업식에 축하 연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축사의 한 구절입니다. “no matter (what) your best plans (are)”는 곳곳에 단어들이 생략됐습니다. ‘have a way of’는 ‘어떤 길을 가지다,’ 즉 ‘어떻게 되기 쉽다’라는 뜻입니다. 정치인의 연설이라기보다 할아버지가 자손에게 들려주는 “포기하지 말라”는 인생의 교훈이라고 봐야겠죠.
“He likes to take a moment to take a breath, just like most people across the country do.”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대통령도 숨을 쉬기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워싱턴에서 국정을 돌보기보다 시간만 되면 델라웨어 집으로 달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비판에 대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대답입니다. ‘take a moment’와 ‘take a breath’라는 ‘take’와 관련된 중요한 표현 2개가 연달아 나옵니다. ‘take a breath’는 원래 ‘숨을 쉬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한숨 돌리다’의 의미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