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B형 혈우병 치료를 위한 첫 유전자치료제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을 획득했다. 주사 한 방에 가격이 무려 47억원 가까이 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제9인자 예방요법을 받거나, 현재 또는 과거에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을 겪거나 반복적으로 중증 출혈을 경험한 B형 혈우병(9인자 결핍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독일 씨에스엘베링(CSL베링)과 네덜란드 유니큐어가 개발한 ‘햄제닉스’(성분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delb)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혈우병은 혈액응고 인자가 결핍돼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환자 대부분은 8인자가 결핍된 A형 혈우병이다. B형 혈우병은 9인자, C형 혈우병은 11인자가 결핍돼 발생한다.
CSL베링은 햄제닉스가 1회 투약 만으로 몇 년간 혈액 속 9인자 수치를 올리고 지속시킬 수 있다며 향후 B형 혈우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출혈 빈도를 줄이고 예방적 치료의 필요성을 줄이거나 없앨 것으로 기대했다.
임상시험에서 햄제닉스 정맥주사를 받은 참가자는 투약 7~18개월 이후 모든 출혈에 대한 연간 평균 출혈 비율이 54% 감소했다. 또 참가자 94%가 예방 치료를 중단했다.
지난 2020년 6월 양사 계약에 따라 CSL베링은 햄제닉스에 대한 전 세계 판권을 갖는다. 당시 유니큐어는 CSL베링으로부터 계약금 5억달러(약 6650억원)를 선불로 받았다. 가격은 약 350만달러(약 46억4870만원)로 책정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등극했다.
유전자치료제는 1회 투여로 치료효과가 커 천문학적인 가격이 붙는다. 미국 블루버드바이오가 개발한 수혈 의존성 베타(β)-지중해성 빈혈(TDT) 치료를 위한 유전자치료제 ‘진테글로’(성분 자가유래 CD34 양성 세포 암호화 βA-T87Q-글로빈 유전자)는 미국 기준 연간 280만달러(약 37억원)가 든다.
특히 환자수가 적은 희귀질환이지만 고가이다 보니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환자로서도 장기간 치료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CSL베링은 “이 가격대가 전체 의료 시스템에 상당한 비용 절감을 가져오고 B 혈우병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