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반세기 만에 인류의 발걸음이 다시 달을 향했습니다. 16일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의 성공적인 발사는 약 230억 달러(약 30조 원)가 투입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이후 지속 가능한 달 기지 건설과 유인 화성 탐사까지 추진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아르테미스 안에는 마네킹을 태우고 있는 캡슐형 우주선 ‘오리온’이 있습니다. 오리온은 42일 동안 달 궤도에 역행해 돌면서 달의 방사선 환경이나 우주 비행 스트레스 평가 등을 시험합니다. 사람을 태우고 달에 갔을 때를 대비하는 겁니다. 아직도 우주선에 사람을 태우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거겠지요. 그런데 가장 먼저 우주로 나간 생명체는 사실 사람이 아니라 개였습니다.
라이카는 예정대로 사람 대신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발사만 가능하고 지구로 다시 돌아오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라이카는 발사 1주일 후 생명유지장치의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자동으로 안락사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주선이 궤도에 도달한 후 로켓의 맨 앞부분인 ‘노즈콘’ 분리에 실패하면서 온도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훗날 발표된 바에 따르면 라이카는 우주선 내부 온도가 40도를 넘어가면서 더위와 스트레스 때문에 단 몇 시간 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라이카는 죽었지만 지구 궤도에 올라가 지구를 4바퀴 돌았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5시간 이상 견뎠다는 결과는 고무적이었습니다. 지구의 생명체가 발사할 때의 충격만 버티면 무중력 상태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겁니다.
4년 후인 1961년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성공은 라이카의 희생에 크게 빚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 의해 강제로 우주로 보내져 고통스럽게 죽은 라이카를 생각하면 불쌍하고 미안합니다.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긴 했으나 라이카가 그걸 원했을 리는 없으니까요.